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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이재명 수사’ 지휘 검사 돌연 교체, 한동훈의 석연찮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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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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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사건의 수사를 지휘해온 검사를 갑작스레 교체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임 두달 만에 일선 검찰청의 핵심 간부를 다른 기관으로 파견 보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다, 후임자가 ‘윤석열 사단’의 일원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측근으로 꼽히는 검사여서 여러모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민감한 사건 수사일수록 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법무부는 지난 23일 김형록 수원지검 2차장검사를 감사원 법률자문관으로 파견 보내는 인사를 했다. 지난 7월 정기 인사를 통해 수원지검에 부임한 김 차장검사는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쌍방울그룹 횡령·배임 의혹’ 등의 수사를 지휘해왔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2018년 그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들에게 쌍방울그룹의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가 대납됐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감사원 법률자문관은 주로 판사나 부장검사급이 파견되던 자리다. 문재인 정부의 ‘검사의 외부 기관 파견 최소화’ 방침에 따라 2020년 이후로 검사 파견은 중단됐다. 이번에 검사 파견을 재개하면서 기존 직급보다 한 단계 높은 차장검사를 보낸 것이다. 특히 김 차장검사처럼 일선 검찰청에서 주요 수사를 지휘하다가 갑자기 파견을 가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그동안 수원지검 수사를 두고 미흡하다는 질책이 윗선에서 많이 내려왔다는 얘기도 나돈다고 하니, 문책성 인사라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공석이 된 수원지검 2차장검사 자리에 직무대리로 발령이 난 이가 한동훈 장관의 측근인 김영일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이라는 점도 이런 의심에 힘을 보탠다. 김 지청장은 한 장관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일할 때 그의 지휘를 받는 특수1부 부부장검사였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대통령이었고, 특수1부장은 ‘윤석열 사단’인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검찰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전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김건희 여사 등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을 통해 ‘검찰 직할 체제’를 구축해놓은 것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인사를 두고 이 대표 수사팀에 ‘성과’를 내라는 압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를 깊이 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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