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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내가 본 '박은빈'] 기자도 납득한 제작진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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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함과 진정성, 그리고 영리함…박은빈의 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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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빈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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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작진이 배우 박은빈의 출연을 위해 1년을 기다렸다 사실은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한 비하인드다. 유인식 감독은 박은빈을 대신할 배우가 많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박은빈을 만난 순간, 제작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영우라는 다소 민감하면서도 어려운 캐릭터에 진지하게 다가갈 수 있을 배우. 여기에 연기력과 견고한 내공까지 지닌 배우 박은빈이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 이하 '우영우')는 2022년 최고의 화제 드라마라고 소개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생소한 채널 ENA에서 0.9%로 시작한 작품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무서운 시청률 상승세를 보였고 최종회 17.5%로 막을 내렸다. 이는 ENA 채널의 전신인 스카이TV 개국 이래 최고의 시청률이었으며, 많은 이들에게 ENA를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우영우'는 채널 브랜드 기준이 모호해진 방송가에 주요 채널보다는 콘텐츠가 우선이란 사실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영우'의 중심에는 박은빈이 있었다. 작품은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다. 주인공을 제목으로 내세운 만큼, 사실상 원톱물이라고 봐도 무방한 작품이었다. 즉 그만큼 주연을 맡은 배우로서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캐릭터 설정 자체도 쉽지 않았다. 우영우는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력의 소유자로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며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인물이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을 바라보는 사회의 현실적인 시선에 부딪히고 이를 통해 상처도 받고 성장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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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빈이 '우영우' 종영 소감을 밝혔다. /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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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박은빈은 처음 '우영우' 출연 제안을 고사했다.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자신이 직접 그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쉬운 마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캐릭터였기에 걱정이 앞섰고, 왜 많은 사람들이 우영우라는 캐릭터에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박은빈의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제작진은 박은빈이 선택한 '연모' 촬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설득했다. 이에 박은빈은 "누군가 이 이야기를 꼭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우영우라는 인물이 꼭 필요하다면 내가 신중하게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날 믿어준 감독님, 작가님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믿어준 만큼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갖고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은빈다운 진중한 고민이었고, 그동안 쌓아온 내공에서 비롯된 영리한 결단이었다. 박은빈의 이러한 모습은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영우'의 인기를 증명하듯, 박은빈의 인터뷰는 한 타임에만 무려 20여 매체가 몰렸다. 박은빈 또한 마이크를 사용해 인터뷰보다는 기자간담회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했을 정도다.

박은빈은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제가 기자들의 명함을 받아도 될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은 뒤, 직접 돌아다니며 눈맞춤과 함께 명함을 받기 시작했다. 이내 기자들이 앉은 자리 순서대로 명함을 나열했다. 그리고는 질문이 나오는 순간 명함을 확인하며 정성스러운 답변을 전했다. 인터뷰보다는 박은빈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대화의 시간'이었다. 박은빈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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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빈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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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높은 시청률로 끝이 났다. 종영 소감이 어떤가.

촬영이 한창 진행될 때 중간에 엔딩 장면을 찍었었다. 뿌듯한 엔딩 장면으로 막을 내리기 위해서라도 수많은 힘든 촬영을 다 잘 마쳐야만 비로소 끝나겠다는 부담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16부까지 약 7개월간의 내·외부적인 부침을 딛고 완성해낸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시청률에 대한 소감도 궁금하다.

2회 시청률을 보고 놀랐었다. 내가 알기론 신생 채널인 데다 전 프로그램을 통틀어서 1%를 넘은 적이 없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2회부터 우리의 예측을 두 배씩 훌쩍 뛰어넘는 수치가 나와서 개인적으로도 정말 많이 놀랐다. 방송사에서는 만날 때마다 감사 인사를 해주더라.(웃음)

-'기러기, 토마토, 역삼역, 스위스' 등 우영우의 인사처럼 영어로 번역될 때 한계인 우리나라만의 대사들이 많았다. 또 법 같은 경우에도 나라마다 다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우영우'가 인기를 쓸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사실 난 재미나 웃음은 문화적 코드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문화를 뛰어넘는 시청자의 감수성이 있는 것 같다. 또 개인적으로는 한국 드라마에서 자폐인 여성을 직접 세상과 소통하는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 인물이 대형로펌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던져졌을 때 어떻게 스며들며 관계를 맺는지, 어떻게 어려움을 겪고 어떤 성장을 이뤄내는지 등의 과정을 많은 사람들이 목격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비록 내가 맡은 우영우라는 인물이 자폐인을 대표하거나 대변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떠한 개성 강한 특성을 지닌 인물이 새로운 세계와 맞닥뜨리면서 어떻게 발전해나가는지가 핵심 내용이었기 때문에 그 과정을 호기심 있게 지켜봐 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생경한 영우의 세계를 시청자분들이 함께 탐험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전에도 인기는 많았지만 더 많아졌다는 걸 체감하는가.

정말 체감한다. 개인적인 사인 요청과 사진 요청이 정말 많아졌다. 무엇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요청을 해줘서 우리 드라마가 연령대에 상관없이 많은 분들이 봐줬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 특히 마지막회를 단체 관람할 때 더욱 의미가 깊었다. 16부 동안 사랑해줬던 팬들과 함께한다는 점이 마음도 편하고 여러모로 좋았다. 마지막까지 정말 잘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그 마무리를 함께 빛내줘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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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빈이 '우영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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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마치며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도 있을까.

사실 난 영우의 일관성을 지켜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하지만 시청자분들은 생각보다 영우에게 쉽게 익숙해지는 것 같아 아쉬울 때도 있었다. 예를 들면 많은 대사를 외우는 것도 1회에서는 신기하다고 해줬는데 점점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았다. 여기서 말하자면 나에게 당연한 건 없었다. 당연히 어려웠고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말이 나온 김에 여느 드라마보다도 역대급의 대사량이었다. 어떻게 소화하려고 했는가.

"예전에는 대본을 보고 속으로 외웠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끊어 읽기가 중요했다. 처음에는 이 양을 매일 외워야 하는 게 벅찰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외우는 데에도 요령이 생겼다. 방대한 양을 외우다 보니 습관이 생긴 것이다. 대사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내가 이해하고 내뱉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 매일 시험 보는 마음으로 종이에다 대사를 편하게 끊어 쓴 뒤 읽으면서 외웠다. 서술형 시험을 준비하고 채점해나가는 7개월이었다.

-박은빈이 꼽는 '우영우'의 명장면은 무엇인가.

영우가 아버지에게 '오롯이 좌절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영우는 보호자의 보호가 필요한, 비장애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혼자만의 힘으로 항상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낯설고 불편한 상황일지라도 해보겠다고 결심하는 영우를 통해서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대사도 있는가.

이 작품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이자 우리 작품을 관통하는 대사가 있다. 바로 외뿔고래 이야기다. '낯선 바다에서 낯선 흰고래들과 함께 살고 있는 외뿔고래가 내 이야기 같다. 모두가 나와 다르니까 적응하기 쉽지 않고 나를 싫어하는 고래들도 많다. 그래도 괜찮다. 이게 내 삶이니까'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내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다'고 한다. 영우를 통해 우리 삶의 모든 외뿔고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인 것 같다. 비단 자폐인뿐만 아니라 흰고래와 섞여 살아가는 외뿔고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큰 울림을 주는 대사였다.

-끝으로 '우영우'의 여정을 함께해준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우영우라는 인물의 세계를 같이 탐험해줘서 너무 감사했다. 또 박은빈이라는 배우에게도 많은 성원을 보내줘서 덕분에 정말 정말 감사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니 이제는 내가 우영우를 봐준 여러분들의 나날을 응원하겠다. 감사합니다.

sstar120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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