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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자24시] 연말 원화값이 1500원을 찍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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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기자의 일은 기상청과 닮아 있다. 맞혔다고 누가 칭찬해주지도 않고, 틀리면 전 국민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역대급 태풍이 오니 대비해야 한다고 대대적인 보도를 했는데, 별 피해 없이 넘어갔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럼에도 "언론(과 기상청)이 별것 아닌 거 가지고 호들갑을 떨었다"는 댓글이 달리면 힘이 쭉 빠질 때가 있다.

경제 전망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스텝으로 서울 외환시장이 요동쳤다.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1413.4원까지 떨어졌다. 종가 기준으로는 아직 1410원 선을 지지하고 있지만, 당장 내일과 다음주가 두렵다. 외환시장이 언제 어떻게 흔들릴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다.

매일경제가 취재한 외환 전문가들은 달러당 원화값이 당분간 1410~1450원을 오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 심리적 마지노선인 1450원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부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이유다. 반면 지난주 막을 내린 세계지식포럼 연사들은 "연말 1500원을 찍을 수 있다"는 경고를 날렸다. 글로벌 투자 업계에 오래 몸담은 전문가들이다 보니 더 공격적인 전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 같은 위기에 '경제 전망'은 맞혀도 틀려도 곤혹스럽다. 그럼에도 경제 전망과 해법 모색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조금의 피해라도 줄였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정부가 적시에 대책을 시행하고, 기업과 개인이 유동성 확보 등 최소한의 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역대급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하기 전에, 시설물을 점검하고 자동차를 높은 곳으로 옮겨놓듯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 위기가 이제 시작이고 마땅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 연말까지는 '미국 기준금리 4.4% 시대'가 예고돼 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힘들어도 버티고 살아남을 궁리를 해야 한다"고, 전 세계 언론이 열심히 떠들어댈 참이다. 이번에도 별일 없기를, 호들갑으로 끝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금융부 = 신찬옥 기자 okcha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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