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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가족 손잡고, 연인과 함께… 3년만에 서울 도심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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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서울 걷자 페스티벌 열려

5000여명 4.4㎞ 걸으며 가을 만끽

BTS 팬클럽 ‘아미’ 멤버들 동참

외국인 참가자들도 눈에 띄어

91세 최고령 참가자 40분 완주

조선일보

25일 오전 8시 ‘제9회 서울 걷자 페스티벌’의 출발지인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참가자 5000여명이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 대표 도심 걷기 축제인 걷자 페스티벌은 코로나로 3년 만에 열렸다. 시민들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흥인지문, 율곡터널, 안국역, 광화문광장까지 4.4㎞를 걸으며 서울 도심에 찾아온 가을을 만끽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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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동차로 꽉 막혔던 서울 도심 도로가 시민 50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25일 오전 ‘제9회 서울 걷자 페스티벌’이 서울 도심 일대에서 열려 시민들이 도로를 자유롭게 걸었다. 서울 걷자 페스티벌은 서울시와 조선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국내 대표 도심 걷기 축제다. 코로나로 중단된 지 3년 만에 다시 대면 행사로 열렸다. 2020년 제8회 걷자 페스티벌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각자 걷는 비대면 방식으로 열렸다.

이날 오전 8시 시민 5000여 명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출발해 흥인지문, 율곡터널, 안국역을 거쳐 광화문 광장까지 4.4㎞를 걸으며 도심 가을을 느꼈다. 이날 아침 기온은 섭씨 16도 안팎으로 걷기 좋은 날씨였고 가을 바람도 불었다.

출발지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은 출발 1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참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민들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캐릭터인 ‘꼬부기’와 서울시 상징인 ‘해치’ 등으로 분장한 코스프레단과 기념 사진을 찍으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타투(문신) 스티커 부스는 스티커로 개성을 뽐내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시민들은 ‘걷자 서울’ 등 문구가 쓰인 스티커를 얼굴과 팔에 붙이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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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코스 2㎞ 지점인 율곡터널 안에 조명을 설치해 신나는 클럽 분위기를 만들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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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최재형 의원(서울 종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정문헌 종로구청장, 주용중 조선일보 편집국장 등이 참석했다. 오 시장은 “걷기 좋은 서울을 만드는 게 시민을 건강하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걷기 편한 서울을 만들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시민들과 함께 코스를 완주했다. 조 교육감은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치는 게 바로 창의력 교육인데 서울 교육에도 걷기 행사를 적극 권장하겠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도심은 걷는 게 차 타는 것보다 시간도 적게 걸리고 환경에도 좋다”며 “종로를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코스 곳곳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서울 도심을 삼삼오오 함께 걸으며 추억을 남겼다. 다이빙 동아리 ‘즐프다’ 회원 박찬룡(34)씨는 호랑이 모양의 다이빙모를 머리에 쓰고 4.4㎞를 완주했다. 박씨는 “머리에 땀이 차서 힘들었다”며 “색다르게 걷기 행사를 즐기고 싶어 아끼는 다이빙모를 쓰고 걸었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는 즐프다 회원 12명이 함께 걸었다. 그는 “좋은 사람들과 걸으면서 못 했던 이야기도 많이 하고 좋았다”며 “이게 걷기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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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출신 티투스씨와 그의 인도네시아 친구 두명이 출발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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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국내 IT 회사에 다니는 인도네시아 출신 티투스(34·서울 관악구)씨는 서울에 사는 인도네시아 친구 두 명과 함께 참가했다. 이들은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을 쓰고 4.4㎞를 완주했다. 그는 “흥인지문과 고궁을 이렇게 가깝게 볼 줄 몰랐다”며 “외국 친구들에게 추천할 만한 멋진 코스”라고 했다.

한국인 남자와 결혼해 16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 일본 출신 모리타 가오리(42)씨는 남편 유성민(44)씨, 초등학교 5학년 딸과 함께 걸었다. 남편 유씨는 다음 달 열리는 ‘춘천마라톤’에도 도전장을 냈다. 모리타씨는 “남편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 나왔다”고 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도 서울 도심 산책을 즐겼다. 임서빈(34)·서민영(34)씨 부부는 유모차 2대에 각각 생후 6개월, 두 살 자녀를 태우고 코스를 걸었다. 임씨는 “아이가 울까 봐 만반의 준비를 해왔는데 의외로 너무 편하게 잠들어 1시간 만에 4.4㎞를 완주했다”며 “다음에 또 함께 오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BTS(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 멤버들도 눈에 띄었다. 31세 동갑내기 김지훈·최은주·강유지씨는 BTS의 상징 색인 보라색 옷을 입고 ‘BTS ARMY(아미) FOREVER(포에버)’란 문구를 쓴 종이를 등에 붙이고 걸었다.

이번 행사의 최고령 참가자는 이원문(91·서울 송파구)씨였다. 등산이 취미였던 이씨는 산에서 넘어져 다친 이후 매일 양재천을 걷는다고 했다. 이씨는 이날 40분 만에 코스를 완주했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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