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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프리베 대표 "부자만 위한 서비스는 그만, 부자 만드는 자산관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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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자산관리는 10억~30억원이 있어야만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다. 고액 자산가만 관리의 초점이 되는 잘못된 관행은 오히려 사회의 빈부 격차 확대를 부추긴다. 거액의 재산이 없어도 누구나 관리받을 수 있어야 한다. 부자만을 위한 자산관리가 아닌,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경영 이념이고 회사를 시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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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데이비드 리 프리베 대표. 2022.09.21 mironj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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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산관리 플랫폼 회사 프리베 테크놀러지의 데이비드 리 대표는 최근 뉴스핌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건강 상태가 모두 다른 개인이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통된 목적 아래 누구나 진료받을 권리가 있듯이 자산관리 역시 재산 크기와 상관없이 삶의 질 증진을 목표로 모두가 누리도록 보편화돼야 한다는 게 리 대표의 설명이다.

◆ 프리베는 어떤 회사

'자산관리는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철학을 가진 프리베는 2011년 설립된 홍콩의 핀테크 회사다. JP모간 출신의 찰스 웡 회장, 줄리언 실링거 최고경영자, 크레디트스위스 출신의 리 대표가 의기투합해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투자은행에서 기업공개(IPO) 업무를 하면서 핀테크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 리 대표가 회사에 선뜻 참여하게 된 배경이다.

프리베는 SaaS(클라우드 상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소위 '초개인화'로 불리는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개인의 월수입·지출·대출·보험비·적금 등 재무 현황은 물론 결혼이나 은퇴를 포함한 생애 주기, 자녀 교육, 본인의 교육 수준, 위험 선호도, 목표 수익률 등의 요소까지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가장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형식이다.

◆ B2C 아닌 B2B

프리베는 서비스 자체가 초개인화에 방점이 찍힌 탓에 'B2C(Business-to-Consumer)' 업체로 오해하기 쉽다. 실제로는 은행·증권사 등 PB(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하는 회사에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B2B(Business-to-Business)' 회사다. 국내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프리베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이다. PB 담당자가 프리베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고객에게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내놓기까지는 불과 몇 초. 종전보다 비용은 줄고 고객 저변을 확대할 기회가 생긴다. 자산관리 보편화라는 프리베의 목표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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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데이비드 리 프리베 대표. 2022.09.21 mironj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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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대표는 "PB 담당자가 고객과 맞는 상품이나 포트폴리오를 선별해 제안하기까지 며칠, 심지어는 몇 주도 걸릴 수 있다"며 "하지만 프리베를 통해서는 10초 안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이 어떤 외화를 얼마나 보유하고 싶은지 혹은 가족이 몇 명 있는지, 수입이나 지출은 어떻게 되는지, 대출 이자나 보험비는 얼마나 나가는지 이런 요소를 전부 계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안된 포트폴리오의 과거 수익률은 어땠는지, 나아가 재작년 코로나19 사태처럼 과거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졌을 때 수익률은 어떻게 됐는지 시나리오별 백테스팅이 가능하다"며 "몸에 맞는 옷처럼 자신의 재무 상태나 성향에 맞는 최선의 포트폴리오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세계 3만여개 상품 정보 보유

현재 국내 증권사도 자산관리 서비스 일환으로 개인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고객에게 제안한다. 또 올해부터는 각 금융기관에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분산된 개인정보를 한 곳에서 확인 가능)' 사업이 시작된 까닭에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에 불이 붙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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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데이비드 리 프리베 대표. 2022.09.21 mironj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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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련 서비스의 상품 종류는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제한적이다. 프리베는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 60곳의 3만여개 상품 정보를 가지고 있고 덕분에 그 종류도 다양하다.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사는 자사의 상품으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도 있고 이들의 상품을 섞어 제안할 수도 있다.

리 대표는 "프리베 자체의 상품은 당연히 없지만 신탁, 채권, ELS(주가연계증권), DLS(파생결합증권), 전환사채 등 다양한 상품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는 B2C 방식인 다른 핀테크 업체처럼 '디스럽터(disruptor; 기존과 다른 방식을 통해 산업을 변화시키는 회사)'가 아니고 금융기관과 협업하는 '콜라보레이터(collaborator)"라고 강조했다.

◆ "레고처럼 원하는 대로 조립"

프리베의 플랫폼은 모듈형이다. 프리베는 상품 주문이나 위험선호도 파악, 투자상품 검색, 포트폴리오 및 상품 비교, 실행중개(고객을 대신해 매매를 처리하는 역할)·리밸런싱 등과 관련된 모듈 16개를 보유 중인데 금융사는 이 모듈들을 가지고 서비스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고객사가 '레고' 블록처럼 필요한 기능을 재량껏 조립해 자체적인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없이도 자사만의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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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베 '투자상품 검색'과 '상품 비교' 모듈 화면 [자료=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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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대표는 "금융사가 이런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들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며 "우리의 플랫폼은 고객사가 '배를 만들고 싶다'고 하면 배를 만들 수 있는 레고를 주고, '비행기를 만들고 싶다'면 비행기를 조립할 수 있는 레고를 주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프리베 서비스의 편의성을 강조했다.

프리베의 플랫폼을 사용 중인 곳은 신한금융투자와 씨티은행, 프루덴셜파이낸셜 같은 금융회사뿐 아니라 비금융사까지 50곳이 넘는다. 미국에서 출시될 삼성전자 AI 비서 빅스비를 포함해 삼성페이 등에도 프리베의 서비스가 도입될 예정이다.

또 홍콩과 한국 서울을 비롯해 대만, 싱가포르, 태국, 독일, 오스트리아에 프리베 사무실이 있다. 아울러 크레디트스위스와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시리즈B 투자까지 마친 상태다. 리 대표는 "한국에서 핀테크 형태의 자산관리는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며 "한국 기업과 매우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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