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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법도 "직접 보겠다"…인국공-스카이72 골프장 전쟁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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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9월 KMH신라레저가 새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된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이하 스카이 72)' 특혜 입찰 의혹과 운영권을 둘러싼 민형사상 분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정부 때 검찰의 불기소 처분 등이 내려진 연관 사건들에 대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이 잇달아 재수사와 감사를 결정, 의혹이 재점화하면서다. 여기에 더해 대법원에서도 하급심 법원이 패소 판결한 스카이 72 관련 부동산 분쟁 사건을 직접 들여다보기로 판단하면서 사정기관과 사법부가 동시에 팔을 걷어붙이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복마전' 스카이72 입찰 의혹의 진상이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토지와 시설 반환 소송 직접 심리 결정



중앙일보 취재 결과, 대법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가 지난해 5월 스카이72를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등 소송에 대한 심리를 속행키로 결정하고 지난 25일 내부 전산망에 이런 사실을 공고했다. 당시 인국공은 "스카이72가 2020년 9월 새 운영자 선정 이후 계약이 끝났음에도 골프장 부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다"며 토지 반환과 소유권 이전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 2심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을 결정하면 상고는 자동 기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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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부지 내에 있는 국내 최대 퍼블릭 골프장 '스카이72' 전경. 2020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실시협약이 종료되면서 후속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인국공과 스카이72간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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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이 "직접 챙겨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본안 심리를 결정하면서 인국공의 스카이72 공개 입찰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내려지게 됐다. 일단 스카이72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스카이72가 지난 4월 말 항소심에서 패한 직후, 인국공의 가집행 정지조건으로 법원에 400억원을 공탁한 점과 양 측이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린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한다. 앞서 스카이72 측은 지난해 7월 1심에서 패소하자 "변론 기일 시작 2개월 만에 증거를 검토할 기회마저 박탈당한 채 재판이 갑작스럽게 끝난 이유가 석연치 않다"며 "공기업이 민간사업자가 피땀 흘려 만든 자산을 성실한 협의도 없이 무상으로 가져가겠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검과 서울고검, 잇달아 재수사 지시



검찰도 스카이72 관련 의혹에 칼을 겨누고 있다. 지난 15일 대검 공공수사부는 스카이72(신불·제5활주로지역 골프장)의 2020년 9월 새 운영사업자 입찰 과정에 대해 인천지검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이원석 검찰총장 취임을 목전에 두고 내린 결정이다. 스카이72 골프장 운영사 선정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써미트CC는 지난해 7월 인천지검에 김경욱 인국공 사장 등 전·현직 공사 임직원 5명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써미트CC는 인국공이 골프장 매출과 관계없이 최소 임대료를 보장받는 기존 방식을 포기하는 대신 자사에 불리한 임대료 징수 방식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지검이 지난 3월 불기소 처분한 데 이어 서울고검도 똑같이 판단했다. 대검이 뒤집었다. 두 차례 검찰 수사가 미진하므로 더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의 재기수사 명령은 드문 일이다. 대검에 따르면, 2017년부터 5년간 대검이 내린 재기수사 명령은 한 해 평균 44.6건, 전체 재항고 건수의 약 2.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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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45대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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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검은 스카이72가 "지난해 4월 골프장으로 들어오는 전기와 수도를 두 차례 차단했다"며 김경욱 사장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재수사 중이다. 서울고검 형사부가 지난 8월 초 인천지검에 재기 수사 명령을 내린 데 따라서다. 한 부장검사는 "잇따른 고검과 대검의 재기수사명령으로 인천지검이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바뀐 수뇌부(심우정 인천지검장)가 입찰 과정에서의 특정 업체 우대 및 특혜 부여 등 불공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사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매출 923억원, 영업이익 212억을 기록한 스카이72 골프장 운영권자로 낙찰된 KMH신라레저는 2년여 계속되는 민형사소송전에도 불구하고 손해 보는 게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는 인국공이 골프장 운영권 이전이 원활하게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낙찰자로부터 계약금은 한 푼도 받지 않고 983만원짜리 이행 보증보험 가입증명서 한장만 받았기 때문"이라며 "국유지 1조원 골프장을 983만원 들여 사유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특혜 중의 특혜 아닌가"라고 말했다.



친노·친문 인사 개입한 골프장 게이트?



스카이72 골프장 입찰 문제를 둘러싼 잡음은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인국공이 임대료 산정 방식을 기존 '정액제'에서 매출 연동 '요율제'로 변경한 사실을 두고서다. 인국공은 매출과 상관없이 최소 임대료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정액제 또는 정액제와 요율제를 혼합한 비교징수를 고수해왔다. 평상시와 다른 인국공의 판단을 두고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부 종합감사에서 "인국공으로부터 스카이72 운영권을 따낸 KMH그룹(현 KX그룹) 회장과 계열사 관계자들이 이상직 전 의원 등 친노·친문 인사와 연결돼있다"며 입찰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골프장 게이트'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국공은 "국가계약법 등에 따라 공개경쟁 입찰을 진행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후속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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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중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무소속 이상직 전 의원의 관계도가 그려진 화면이 모니터에 나타나 있다. 해당 국정감사에서 정 의원은 스카이72와 이상직 전 의원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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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72 입찰 방식은 선정 전부터 인국공 이사회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2020년 7월 열린 이사회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윤석구 이사는 인국공의 스카이72 관련 입찰에 대해 감사원 의뢰를 문의하는 등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윤 전 이사는 "지금도 최고가가 아닌 요율제 입찰방식이 비상식적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당시 특별감사가 필요하다고 인국공 측에게 주장했지만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당시 인국공 판단에 손을 들어준 안재현 전 이사는 "스카이72에 우선협상권을 주고 계약 연장을 따로 논의하는 게 오히려 특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인국공은 공시된 이사회 회의록에 당시 안건, 발언 요지, 결론 등만 담았을 뿐 이사들의 이견은 담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 등 계기로 확 바뀐 기류



이후 인국공과 스카이72·입찰 탈락업체 간 소송전이 벌어졌다. 기존 사업자로서 우선 협상권을 주장한 스카이72는 골프장 부지에서 나가지 않고 버텼다. 그러나 인국공이 스카이72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소송 1·2심에서 연달아 승소하고, 지난해와 올해 초 감사원과 권익위도 공익감사와 민원 처리에서 인국공의 손을 들어주면서 법적 분쟁 승부의 추는 인국공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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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스카이72 골프장 진입로에서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스카이72가) 계약 종료 후에도 골프장 부지를 무단점거하고 있다"며 엄정대응을 시사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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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처리 기류가 달라졌다. 지난달 감사원이 이전 감사 처리 과정에 대한 내부 감찰에 나섰다. 인천평화복지연대가 스카이72 새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해 청구한 공익감사와 관련, 지난 2월 감사원이 "인국공의 위법행위가 없다"는 취지의 최종 결론을 발표한 걸 문제 삼았다. 실제로 중앙일보가 입수한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1월까지만 해도 "인국공이 새 사업자 선정에서 공사에 불리한 임대료 징수 방식을 적용해 스스로 손해를 끼쳤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월 최종 감사결과가 180도 뒤바뀐 것이다. 1월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감사관은 최종 결론 작성 전에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이 났다고 한다. 감사원 감찰관실은 감사 보고서 내용이 한 달만에 뒤집히는 과정에 외부나 윗선이 개입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권익위에 제기된 스카이72 민원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당시 권익위 실무자가 '골프장 새 사업자 선정 일시 중단'이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계속된 권익위 상부의 압력으로 막판 '심의 안내'라는 가장 약한 처분을 내렸다는 의혹이다. 당시 실무자는 권익위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압력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스카이72 민원과 관련한 감사원의 자료 요구나 질의를 받지 않았고, 의결 과정에서 실무자가 상부로부터 압박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스카이72 골프장 분쟁=지난 2002년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는 골프장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계약을 맺을 당시 양측은 인천공항 제5 활주로가 건설되는 2020년 말에 코스 등을 철거하고 땅을 공항공사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활주로 건설이 늦어지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재작년 국정감사에서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DJ·노무현·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개입해 특정업체에 골프장 운영권을 주기로 했다는 입찰 로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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