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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Pick] "HIV 약 먹습니다" 말하자 수술 거부한 병원…인권위 "차별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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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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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병원이 환자의 수술을 거부한 것은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오늘(26일) 인권위는 HIV 감염인 수술을 거부한 서울 관악구 A 병원에 대해 "특정인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대우하는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를 했다"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위에 따르면 B 씨는 지난해 "HIV 감염자라는 이유로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신청했습니다.

B 씨는 작년 오른손등을 다쳐 골절 수술을 받기 위해 A 병원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당시 의료진에게 HIV 약을 먹고 있다고 하자 병원 측에서는 "기구가 준비돼 있지 않다. 수술 여건이 안 된다"며 수술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B 씨는 다른 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습니다.

B 씨가 감염된 HIV는 혈액 ·림프액 ·조직액 등 체액 안에 사는 바이러스로, 면역기능을 떨어트리며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킵니다.

이 바이러스는 체액을 통해 감염되며, 2019년 HIV 및 AIDS 감염인 신고 현황에 따르면 감염경로에 응답한 사람 중 99.8%가 성 접촉에 의한 감염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반면, 혈액에 의한 감염은 1995년, 수혈로 인한 감염은 2006년 이후로 보고 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 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HIV 감염인 수술을 하고 나면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소독을 위해 수술실을 일정 시간 폐쇄해야 하는데, 하루 6개 수술실에서 20개가 넘는 수술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진행되고 있어 수술실을 폐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HIV나 투석 환자처럼 흔하지 않은 만성질환은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환자가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을 권유하는 게 통상적이다. B 씨는 HIV 후속 조치 중이었고 수술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다른 병원으로 가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안내했을 뿐 차별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인권위는 병원이 수술을 거부한 것은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의 HIV 감염인 진료 지침에 따르면 "HIV 감염인에 대해서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표준주의 지침을 준수할 경우 혈액매개병원체(HBV, HCV, HIV 등)를 보유한 환자의 수술을 위해 별도의 장비나 시설이 필요하지 않다"고 명시돼있습니다.

실제로 B 씨는 A 병원으로부터 수술을 거부당하자 다음 날 오전 다른 병원에 전화로 문의해 당일 오후 골절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하여 인권위는 "B 씨 수술을 위해 특별한 도구나 약품 등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데도 다음 날 예정된 수술을 거부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안내한 것은 합리적인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피해자의 수술을 거부한 행위는 피해자의 병력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의료서비스라는 용역의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불리하게 대우한 것이므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 규정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A 병원 이사장에게 소속 의료인과 직원을 대상으로 HIV 감염인 진료를 위한 직무교육을 하고 비슷한 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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