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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일본, 한국에 무한책임 가져야”... 하토야마 전 총리 강연에 日 네티즌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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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읍시청에서 특별 강연하고 있는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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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최근 한 강연에서 “일본이 무한책임의 자세를 가진다면 한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일본 네티즌 사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24일 오후 전북 정읍시청에서 열린 ‘세계평화 및 한일 문화 경제협력 교류 특별강연’에서 “한일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본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위안부와 강제노역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현재 한일 관계가 좋지 않다”며 “(일본의) 충분한 사죄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3·1운동에 대해 “일본의 식민 치하에서 벗어나기 위한 운동으로, 당시 많은 생명이 희생됐다”며 “이에 대해 일본인으로서 깊이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나 중국·대만 문제도 결국 3·1운동과 같은 민족 자결의 문제로, 최근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움직임”이라며 “세계가 앞으로 이런 민족 문제를 잘 해결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발언이 알려진 뒤 일본 네티즌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네티즌들은 “왜 전쟁에 관여되지 않은 세대에게까지 책임의 자세를 요구하냐” “일본인 맞냐. 국적이 의심된다” “한국에 망명해서 살아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하토야마 전 총리를 “매국노” “일본어 잘하는 한국인” 등으로 표현하며 조롱했다.

일본 온라인 매체인 스마트플래시는 이러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인용해 “소셜미디어상에는 하토야마 발언에 대해 분개하는 목소리가 넘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스마트플래시는 한 네티즌의 “하토야마는 한국에 갈 때마다 일본을 ‘악’으로 취급하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는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날 일본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무한책임 자세’ ‘하토야마 전 총리’ ‘문제해결’ 등이 올랐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무한책임’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9년 한국에서 열린 한 포럼 연설을 통해 “전쟁에서 패한 나라는 상대방이 더 이상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로 상대방에게 마음이 전달될 때까지 거듭 미안한 마음으로 무한책임론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취임식 축하를 위해 방한한 자리에서 “침략 또는 식민 지배로 인해 상처를 입은 분들이 ‘더 이상은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사과하는 무한책임이 필요하다. 그것이 올바른 인식”이라고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09년 민주당 대표로 총선 승리를 이끌며 일본에서 54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하지만 오키나와의 주일미군기지인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와 정치자금 스캔들로 취임 9개월 만에 총리직을 내려놨다. 퇴임 후 동아시아공동체연구소를 설립해 집필 및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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