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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공공임상교수제는 이대로 주저앉는가[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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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역별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국립대병원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세운 ‘국립대병원 공공임상교수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년 하반기에 시행에 들어가는 공공임상교수제 시범사업은 10개의 국립대병원이 150여 명의 공공임상교수를 선발하여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및 적십자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에 배치하는 사업이다. 6개월 동안 총 187억 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국고와 공공의료기관들이 반반씩 부담한다.

공공임상교수란 국립대병원 소속의 정년보장(정년트랙) 정규의사로서 소속병원,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감염병 같은 재난대응 등 필수의료 및 수련교육 등을 담당하는 의사인력을 의미한다.

국립대병원에서 공공임상교수를 지원 보낼 공공의료기관은 지방의료원 및 적십자병원 등 41개 공공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부는 “국립대병원별로 위치한 지역 내의 공공의료기관을 전담하여 지원하되, 국립대병원별로 지역 내 공공의료기관 및 지자체 등과 협의를 통해 공공임상교수를 지원할 공공의료기관을 구체적으로 선정하고 선발분야 및 인력 규모를 결정하여 선발·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공임상교수의 신분과 처우 등은 최소한 현재 국립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규의사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이다. 임용기간은 최소 3년으로 하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임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소속병원과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 간 순환 근무를 하면서 지역의 공공의료수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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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이를 통해 공공임상교수들은 국립대병원 소속 정규의사로서 안정적 신분과 처우를 바탕으로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진료, 연구·교육 및 공공의료 등을 담당하면서, 소속 국립대병원에서 최신의 의료기술도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립대병원 공공임상교수제 시범사업의 ‘순환근무’ 방식을 놓고 지방의료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가뜩이나 공공임상교수 초빙도 어려운 상황에서 순환근무의 구체적 기준도 정해져 있지 않아 지방의료원 환자 진료 연속성이 단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소속병원과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 간 순환 근무를 하면서 지역의 공공의료수요에 대응해 나간다는 구상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의료인력난 해소와 지역 내 필수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도입하는 공공임상교수제도가 그 취지와 달리 지방의료원 경영 개선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라포르시안>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부 지방의료원에서는 의료원에 근무 중인 의사가 공공임상교수에 지원해 해당 의료원에 그대로 근무하는가 하면, 공공임상교수를 뽑으면서 기존에 근무하고 있던 다른 의사와의 재계약을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신분보장과 각종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지원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국회 황보승희 의원실에 제출한 ‘국립대병원에서 공공임상교수 지원자 현황’을 보면, 1차·2차 공고 모집 결과에서 강원대병원 4명(1차 1명), 경북대병원 3명(1차 2명), 서울대병원 7명(1차 7명), 전북대병원 3명(1차 3명), 충북대병원 1명(1차 0명) 등 매우 낮은 지원율에 그치고 있다. 150명 정원에 18명 뿐이다. 미달도 한참 미달이다. 이래서야 시범사업 자체가 맡바닥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러한 사태는 국내 의료인력의 수도권 편중·선호 현상의 심화에 따라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그런 예상을 했던 의료계 관계자들도 이렇게 바닥을 길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게다가 지방의료원 공공임상교수의 계약은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간에 기관차원에서 이뤄진다. 공공임상교수가 국립대병원에 채용된 의사임에 따라 지방의료원과는 별도의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

한 지방의료원 관계자는 “지방의료원 채용의 어려움은 지난 코로나19 대응의료인력(의사) 파견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당시 민간파견의사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방의 경우 파견의사 지원자체가 거의 없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국회 황보승희 의원실에 제출한 코로나19 의료대응인력(의사) 파견현황(2022년 7월 10일, 누적 기준)에 이같은 지방 의료계의 어려움이 잘 드러난다.

더 큰 갈등의 소지가 있다. 지방 권역국립대병원에서 정원 미달시 수도권으로 정원이 이관되어 수도권 국립대병원만 더욱 큰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진 점이다. 그렇다면 개선방안 및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국립대병원에 국한되어 있는 사업을 공공의료 참여 가능한 사립대학병원까지 확대 운영하여 지방의료원이 수도권대학병원과 연계한 인력 유치를 할수 있도록 운영범위 확대한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지방의료원이 수도권 대학병원과 협약을 맺고 파견받을 수 있도록 하여 필요한 의료인력을 확보할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공공임상교수 인력을 의료취약지 지방의료원에 우선배치하여 의료취약지의 의료공백 해소해야 한다.

지방의료원에 파견되는 공공임상교수는 해당 지방의료원의 임상과장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근무를 하여야 하며, 해당 지방의료원의 공공의료사업에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근무에 차별이 있다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임상과장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공공임상교수의 평가는 전적으로 지방의료원의 평가부분이 상당부분 반영되어야 한다. 평가가 권역국립대병원에서 이루어진다면 지방의료원에서 근무시 해당의료원 원장 등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을 수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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