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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우크라 남자들을 러시아군 강제징집"…공포에 떠는 헤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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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한달 후인 지난 3월 20일 헤르손 시민들이 항의의 표시로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러시아 군용트럭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헤르손 등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인을 징집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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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등에서 우크라이나 남성을 러시아군에 징집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르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 후인 지난 3월 점령됐다.

NYT는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에 사는 18∼35세 우크라이나 남성의 출국을 금지하고 군 복무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 중이라고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와 현지 주민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러시아가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에서도 징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지역 남성들이 러시아군의 징집을 피해 지하로 숨어들었으며, 일부는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헤르손 주민 카테리나(30)는 NYT에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처음엔 집을 수색했고, 이제 남성들을 군대에 끌고 가려고 한다. 이것은 모두 불법이지만, 우리에겐 현실"이라고 말했다.

헤르손 등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인을 전선으로 보내려는 작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 부분 동원령을 내린 뒤 수십만명의 보충병을 모집하기 위한 광범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관측된다. 또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징집 움직임은 러시아가 점령한 헤르손·자포리자·도네츠크·루한스크 4개 주에서 진행 중인 합병 주민투표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27일 투표가 끝나고 빠르면 오는 30일 러시아 영토 합병이 선포된다면 징집 활동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주민투표 결과는 27일 발표될 예정이다.

러시아 내 징집 반대 여론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카스피해 연안에 있는 다게스탄 등 러시아 변방 자치국에서 크게 반발했다. 주민 8400명 중 100명의 남성이 소집 통보를 받은 데 분노한 다게스탄 엔디레이 마을 주민들은 이날 도로를 막고 경찰과 극한 대치를 벌였다고 이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 와중에서 경찰이 공중에 공포탄을 쏘기도 했다. BBC 집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다게스탄 출신 군인은 301명으로 모스크바 출신보다 10배 많다.

다게스탄 수도 마하치칼라에서도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오브이디인포(OVD-Info)에 따르면 이 도시에서만 100명의 시민이 동원령 반대 시위로 구금됐다. 단체는 동원령이 내려진 이후 5일 동안 러시아 전역에서 2352명이 구금됐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크림반도 내 이슬람 소수민족 타타르인도 "징집이 불균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인권단체 크림 SOS를 인용해 "크림반도 인구 13%를 차지하는 타타르인 중 90%가 징집 통지서를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에 "진짜 민족 학살이자 국가 전체에 대한 거대한 비극"이라며 "러시아가 점령지 시민에게 전쟁을 강요하는 행동은 복종하지 않은 시민을 없애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징집 과정에서 러시아 당국의 잦은 실수가 "징집 반대"에 기름을 부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날 AFP 등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노인과 환자, 장애인 등 군 복무가 면제됐거나 적합하지 않은 사람까지도 통지서를 보냈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RT)의 마르가리타 시모냔 편집국장도 24일 트위터에 러시아군이 63세의 당뇨 환자에 소집 명령을 내렸지만, 다시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도 무리한 징집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연방상원 의장은 지난 24일 텔레그램에 "징집은 하나의 실수도 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과도한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도 별도의 글을 통해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며 "실수가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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