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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칼럼] 이수만 프로듀서는 과연 대체가능 자원인가: K-팝 성공에서 프로듀서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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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전병찬 강남대 교수


이수만 프로듀서가 자신이 세우고 K-팝 성공을 이끌어 온 SM엔터테인먼트(이하SM)에서 프로듀싱을 그만 둔다는 발표가 있었다. 일부 주주인 기관투자자의 공격으로 말미암은 일이다. 이수만 프로듀서에게 인세계약 방식으로 지급되던 로열티가 주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주가도 오름세다.

그러나 이수만의 프로듀싱이 없는 SM이 과연 지금까지 실적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더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다.

특히 전세계에 K-Pop을 유행시킨 이수만 프로듀서의 부재로 인한 공백으로 SM만의 고유한 음악과 퍼포먼스가 계승 발전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주주들의 이익만을 위한 경영을 할 경우 단기 이익은 극대화를 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동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쌓아온 핵심역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SM은 콘텐츠 성공률이 가히 90%가 넘을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량이 회사의 시스템으로 축적되어 마치 제조공장과 같이 자동적으로 발휘되는 것인지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자칫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원래 전형적인 위험산업이다.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훨씬 더 크다. 그래서 공산품과는 달리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는 대체불가능하다’는 것이 통설이다. 크리에이터가 죽으면 2세로 이어지기 보다는 대부분 그것으로 끝이다. 유사한 위험산업인 석유시추 사업이나 반도체의 경우 시의 적절한 거대 자본의 투자가 중요하다.

그러나 창의력과 타이밍이 핵심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우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 즉 크리에이터가 없으면 그 기회는 잡을 수 없다. 다행히 한국의 K-pop 산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자본투자가 아니라 소수의 혁신적 프로듀서가 그 기회를 잡아냈다. 지금도 천 개 가까운 크고 작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있지만 한류 콘텐츠를 세계시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소수의 크리에이터들이다.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돈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스파이더맨, 헐크, 어벤저스 등 수많은 세계적 캐릭터를 만들어 낸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Stan Lee)는 2018년 96세로 사망했지만 최근 그의 초상권이 그가 세운 회사에 계약되어 다시 돌아왔다.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계는 물론 세계 문화에 미친 영향은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다.

보통 사람들은 SM에서 데뷔만 하면 한국시장에서 1등을 하고, 빌보드나 유튜브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이 쉬운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원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투자와 노력에 대비해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위험산업이다.

이렇게 위험도가 극한적으로 높은 산업에서 SM이라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공한 이유는 통찰력과 혜안을 갖춘 천재적 총괄프로듀서의 프로듀싱이라는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SM이 한류 엔터테인먼트를 이끌기 위해서는 SM의 ‘시스템’과 총괄프로듀서의 ‘프로듀싱’이 합쳐져야 한다.

주가 부양만을 생각하는 기관투자자들에 의해서 이수만 프로듀서가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떠나게 되는 지금 상황이 과연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좋은 선택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류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도 이수만 프로듀서가 계속해서 SM의 프로듀싱을 맡으면서 주주들의 이익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필자 : 전병찬 강남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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