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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이 지난 6월 시작된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노조) 파업을 폭력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담긴 영상 30여 개를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영상에는 대우조선에서 인사노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파업 방해'에 동원된 대우조선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모습, 파업 방해에 동원된 대우조선 직원들이 칼, 가위 등을 소지한 모습 등이 담겨 있다.
뉴스타파는 영상과는 별도로 대우조선이 지난 7월 하청노조 파업에 반대하는 사내 맞불집회 지원을 위해 버스를 제공하는 등 파업 방해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사실도 확인했다. "회사가 시키지 않았으면 파업방해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란 현직 대우조선 직원의 증언도 들을 수 있었다.
대우조선이 51일 동안 이어진 하청노조 파업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의혹을 입증해 줄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고, 대우조선도 관련 의혹에 침묵하면서 논란은 더 커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이 하청노조의 파업을 방해한 게 사실이라면, 도덕적 비난을 넘어 법적 책임의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폭력과 재물 손괴 등의 죄를 물을 수 있는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한편 대우조선은 뉴스타파가 파업 방해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자 사내 소식지를 통해 전 직원들에게 '언론 취재에 응하지 말라'는 내용의 '함구령'을 내렸고, 이후 모든 취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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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하청노조의 파업은 지난 6월 2일 시작됐고, 같은 달 22일 조선소 제1독(dock) 점거를 거쳐 7월 22일 협상 타결로 끝났다. 조선소 독 점거 전인 6월 2일부터 21일까지 하청노조의 파업은 대우조선 거제 옥포조선소 곳곳에서 거점 농성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때까지는 대다수 언론이 '대우조선 사태'에 관심을 크게 갖지 않았다.
하청노조는 "이 시기 동안 대우조선 사측이 조직적으로 폭력을 동원해 파업을 방해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이 주장에 대해 그 동안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고, 실제 파업 방해에 나선 대우조선 직원단체들도 "회사의 지시는 없었고 자발적인 참여였다"는 입장만 밝혀 왔다. 폭력과 손괴 등 심각한 법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사건임에도 조용히 넘어간 이유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최근 입수한 30여 개에 달하는 파업 당시 영상에 따르면, 대우조선 사측이 파업 방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단서가 확인됐다. 영상은 파업이 시작된 날(6월 2일)부터 같은 달 21일 사이 하청노조 측이 촬영한 것이다. 영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청노조의 파업이 시작된 지 10일이 지난 6월 11일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제1독, 농성장을 지키던 하청 노동자 10여 명 앞에 대우조선 원청 직원들이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그 수가 하청노조의 10배는 넘어 보였다.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러 온 인력이었다. 한 하청 노동자가 "노동자 간 갈등으로 비쳐줘선 안 된다. 불법적인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이 같은 호소는 소용없었다. 원청 직원들은 앞뒤로 하청노조의 농성장을 에워쌌다. 곧이어 맹렬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펴졌고, 철거가 시작됐다. 이들은 칼과 가위를 들고 농성장 천막을 뜯고 잘랐다. 하청노동자들이 저지하려 몸싸움을 벌였지만, 수적 열세 앞에 역부족이었다. 천막 아래 쪼그려 있던 여성 하청 노동자는 원청 직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왔고, 다른 하청 노동자는 손과 발이 모두 들린 채 농성장 밖으로 끌려갔다. 떨어지고, 넘어지고, 밟히는 노동자도 여럿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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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하는 농성장에서 혼자 지키고 있었어요. 시끄러운 소리에 너무 민감해 가지고 항상 귀마개를 끼고 있는데... 사람이 오는 줄도 몰랐어요. 갑자기 하얀 소화기 분말이 날아 오더라고요. 저는 (천막 안에서) 뒤로 돌아 앉아 있었고, 뒤에서 천막 안으로 이제 소화기를 쏜 거죠. 갑자기 한 100여 명이 소화기를 쏘면서 몰려 오시더라고요.하청노조는 "이러한 대우조선 원청 직원들의 파업 방해 행위가 수일 동안 계속됐고,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조선소 제1독을 점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준호 하청노조 부지회장은 "농성장을 전부 다 뜯고 파괴하고, 저희 물건을 훼손하는 일이 매일같이 반복했다. 거의 네다섯 배 인원이 왔다"고 말했다. 강인석 하청노조 부지회장도 "원청에서 개입해 농성장을 침탈하고 폭언하고 폭력을 저지른 것이다. '원청이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서 직접 개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강영택 /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6월 22일 제1독을 점거하며 철창 속에 스스로 몸을 가뒀던 유최안 하청노조 지부장도 "원청의 파트장, 부서장, 그리고 직반장으로 구성된 '구사대(회사가 만든 노동운동 파괴 조직)'가 우리 파업 대오를 침탈했고, 뭐라도 해야 했기에 저는 저를 가뒀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영상을 분석해 보니...대우조선해양 인사부 직원이 '파업 방해 지휘'
그렇다면 폭력과 폭언을 동반한 파업 방해 행위는 정말 대우조선 원청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만 이뤄진 것일까. 뉴스타파는 입수 영상 30여 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대우조선 사측의 지시 혹은 지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대우조선의 인사노무 부서 직원인 최 모 씨가 원청 노동자들을 진두 지휘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6월 13일 찍힌 영상에 따르면, 최 씨는 하청노조 농성장 앞에서 "저희는 뜯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철거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원청 직원들에게 "저 옆에 뜯으세요! 치우세요! 자전거 치우세요! 다 뜯어! 칼, 칼, 칼! 뒤로도 들어가세요"라며 구체적인 행동을 지시했다. 원·하청 노동자 간에 몸싸움이 났을 때는 "우리 직영 직원들 왼쪽으로 다 빠지세요"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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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을 더욱 키우는 것은 파업 방해에 참여한 원청 직원 중에 대우조선 원청 소속 노조원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최종연 변호사는 "인사노무팀은 노사 관계 당사자고 실무 부서여서 원청 노조와는 대립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원청 노조원들, 노조 보직자들을 지휘해서 집단 행동에 나서 하청노조에 대항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사측의 적극적인 지시나 암묵적인 협조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원청 노조 측은 "우리 노조원들도 참여하긴 했지만, 대우조선의 사무직들, 하청업체 관리직들도 다수 참여했다. 노조원들은 앞에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대우조선 사업장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부 직원들이 원·하청 노동자 간 갈등을 방치, 방조한 경우도 확인됐다. 자칫 흉기로 사용될 수 있는 칼과 가위를 소지한 채 몸싸움을 벌이는 원청 노동자도 있었지만, 뺐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한 영상에서는 심각한 몸싸움이 일고 있는데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고, 다른 영상에선 아예 원청 직원들이 하청 노동자를 끌고 가는 것을 도왔다. 역시 대우조선 사측의 사전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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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입수한 30여 개 영상을 토대로 확인한 사실과 의심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영상에서 파업 방해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확인된 대우조선 직원 최 씨와 석 씨의 소속 부서인 인사2부에 연락했다. 전화를 받은 대우조선 인사2부 직원은 "영상에 나온 최 씨, 석 씨가 인사2부 직원이 맞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해당 직원에게 질문 내용을 전달했고,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결국 취재진은 최 씨, 석 씨의 개인 연락처로 직접 전화했다. 최 씨는 전화와 문자에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석 씨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나는 대우조선 직원 석00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전화번호로 등록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는 '대우조선해양 인사2부 석00'이라고 적힌 명함이 떡하니 걸려 있었다. 석 씨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취재진은 석 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문자에도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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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의 취재 방해... "언론 질문에 답하지 말라" 유인물 배포
이렇게 뉴스타파가 대우조선 안팎으로 취재를 이어갈 무렵, 대우조선은 취재 방해로 대응했다. 대우조선 측이 뉴스타파 취재진이 대우조선 인사2부 직원 석 씨에게 보낸 문자를 예로 들며 '언론의 질문에 절대 대응하지 말고 홍보부서로 연결하라'는 내용의 유인물(사내 소식지 HR저널 174호)을 배포한 것이다. 대우조선은 유인물에서 "정상적인 절차가 아닌 방법으로 직원에게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기사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편집돼 마치 회사가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도가 나갈 수 있다"고 적었다. 대우조선이 폭력을 동원한 파업 방해도 모자라 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려 증언과 증거 은폐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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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우조선은 지난 7월, 하청노조 파업에 반대한 일명 '맞불 집회'가 열릴 때 사내 버스를 무상 지원했다고 한다. 대우조선 직원 단체 임원인 D 씨는 "회사에서 6대를 지원해줬다. 버스가 한 번 와서 (집회 장소로) 태워주고, 또 가서 태워 오고 그랬다. 회사에 그렇게 요구했다. 돈(버스 대여료)을 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이 맞불 집회에 참석하는 직원 수백 명의 집단 조퇴를 승인해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우조선 직원 C 씨는 "집단적으로 조퇴하는 건 아예 안 된다. 왜 조퇴하는지 사유를 한 명씩 다 물어본다. 특히 지금은 전처럼 조퇴한다고 임금을 까는 것도 아니고, 월급제로 돼 있어서 돈을 안 깐다. 집단 조퇴를 시킨 게 아니라면 회사 방조 하에서 한 것이다. 묵인이나 방조가 아니면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 소문이 나 있었다. 맞불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조퇴를 해서 모이라고 (회사에서) 아예 유인물을 내보냈다"고 말했다.
"파업 방해, 하청노조 싹 자르려는 목적"... 대우조선, 뉴스타파 취재 '전면 거부'
그럼 만약 대우조선이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을 폭력을 동원해 방해하거나 혹은 지시한 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노동 전문가인 최종연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노사분규 상황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사법적 판단이 없는 상태에서 자력 구제에 나서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봐야 합니다. 원청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서 하청 조합원들을 강제로 퇴거시키고 끌고 나오고, 그 과정에서 위력을 행사하는 것은 행위 양상에 따라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공동 폭행이나 공동 손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아무리 대우조선이 하청노조의 파업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더라도, 먼저 법원 가처분 등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은 뒤 농성장 철거를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대우조선은 하청노조 파업에 대해 6월 28일 집회·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미 수일에 걸쳐 파업 방해가 발생한 뒤였다.
- 최종연 변호사
이용우 변호사도 "명백한 불법이다. 특히나 원청 노동자들에게는 대우조선 조선소 시설물에 대한 소유권, 시설 관리권 등 아무런 권한이 없다. 물리력을 행사할 권한도 전혀 없다. 불법적인 폭력 행사다"라고 말했다. 아래와 같은 말도 덧붙였다.
(파업 방해는)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판단과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봅니다. 인사노무 담당자 개별적으로 또는 노무 담당 부서의 중간관리자 판단으로 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전혀 아닙니다. 매우 큰 법률적·사실적 리스크가 뒤따르기 때문이죠. 단순한 암묵적 용인 수준을 넘어서서 명시적인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렇게 보는 게 상황에 맞다고 봅니다.그렇다면 대우조선해양은 왜 사법적 판단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하청 노동자들을 제압하며 농성장 철거에 나섰던 것일까. 전문가들은 "하청노조의 파업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기 전에 서둘러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걸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최종연 변호사는 "하청노조가 불법 행위를 한다고 주장하더라도 사법적인 판단(가처분)이 나올 때까지 최소 2주, 길게는 3주가 걸린다. 회사 입장에선 문제가 외부 법원에 알려지고, 사회에 알려져 이슈가 커지는 것을 걱정했을 것이다. 조기에 노조 활동과 농성 행위의 지속성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이용우 변호사
실제로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는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밖에서는 거의 알기 어려운 구조다. 외부인은 조선소 부지 안으로 출입할 수 없고, 주변에 높은 건물도 거의 없어 조선소 내부를 관찰하기도 어렵다. 조선소 근처에서는 촬영용 드론도 띄울 수 없다. 최종연 변호사는 "조선소의 이런 폐쇄적인 환경도 대우조선의 파업 방해를 용이하게 했을 것"이라고 봤다. "서울까지 거리도 멀고, 그래서 시민사회가 결합을 하려면 시간도 걸린다. 언론도 하청노조의 파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바로 이때 하청노조의 싹을 자르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업 방해가 빈번했다고 하는 지난 6월 2일부터 6월 21일까지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는 대우조선 하청 노조원들의 파업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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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대우조선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파업 방해를 지시 혹은 지원한 적이 있는지, 대우조선의 인사부 직원이 파업 방해 현장을 지휘한 이유가 무엇인지, 법원·경찰 등의 판단 없이 하청 노동자들을 폭력을 동원해 제압할 수 있는 것인지 등을 물었다. 대우조선 측은 '뉴스타파의 질문 전체에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차 답변을 요구했지만 역시 거부했다.
뉴스타파 홍여진 sarang@newstapa.org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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