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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초점] 신저가에 개미 곡소리 나는 삼성전자…ARM 호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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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4거래일 연속 신저가에 '5만전자'도 위태…ARM 빅딜, 돌파구 될지 관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어디까지 내려갈까요. 좀 지치네요."

52주 신저가 경신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개미들이 울상짓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금리 인상, 강달러 압력, 경기 침체 우려 등이 겹친 데다 IT 기기 판매 부진 여파로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급감하고 있는 탓에 주가가 연일 타격을 입고 있어서다. 다만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ARM 인수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향후 주가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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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박 15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한 모습. [사진=민혜정 기자]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월 8일(6만9천500원·종가 기준) '6만전자'로 내려온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주가는 전일 대비 1.10% 하락한 5만3천900원으로 마감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해 '5만전자'도 위태롭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3천원대까지 빠진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반도체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보인다. 또 강달러 현상으로 외국인 이탈이 심해진 것도 주가에 부정적 요인이 됐다. 3분기 실적 전망이 어둡다는 점 역시 삼성전자 주가에는 악영향이 됐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11조8천억원으로 전기 대비 16% 감소할 것"이라며 "3분기 D램 출하량이 3% 감소하고 평균 판매가격이 17%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62%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 초격차 유지를 위해 대형 인수합병(M&A) 등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염두에 둘 것"이라며 "이에 따라 ARM M&A 혹은 지분 참여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재용 한 마디에 'ARM 매각설' 수면 위…'독과점' 문제가 걸림돌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ARM 인수 혹은 지분 참여에 따른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ARM의 매각설은 당초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인 엔비디아가 인수하려고 했다가 각국 규제 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해 흐지부지 되는 듯 했으나,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 한 마디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1일 오후 귀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로 온다"며 "그 때 우선 (ARM 인수 관련) 제안을 할 것 같다"고 직접 언급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이 대규모 M&A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적은 있으나,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대규모 딜과 관련해 공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손 회장 역시 곧바로 "이번 (한국)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삼성과 ARM 간 전략적 협력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화답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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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v9' 아키텍처 기반의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자산(IP) 제품군 [사진=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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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은 반도체의 핵심인 설계 자산을 만드는 팹리스 기업으로, 글로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의 팹리스 기업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엔비디아 등을 주요 고객사로 뒀다.

업계에선 ARM의 기업 가치가 50조원에서 최대 8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기반 프로세서 시장에서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이긴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특히 '독과점' 문제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최근 반도체를 '국가 안보' 차원으로 보기 시작했고, 공급망을 둔 패권 전쟁이 격화되면서 그동안 대형 M&A(인수합병)로 몸집을 불렸던 반도체 업계는 제동이 걸렸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먼저 ARM 인수를 추진했으나, 지난 2월 거래가 무산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주요 규제 당국이 모두 M&A를 승인하지 않은 데다 전 세계 경쟁 기업들 역시 적극 반대했던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ARM이 차지하는 독점적 지위 때문에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지 못했다"며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할 경우 기존에 받던 로열티를 크게 올리거나, 엔비디아의 경쟁사에는 ARM 설계도를 제공하지 않는 등의 독과점 행위가 발생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설계를 하는 기업들에 설계도(IP)를 판매하며 수익을 얻는 ARM을 한 기업이 독점하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며 "ARM이 반도체 생태계에서 갖고 있는 독특한 입지를 고려하면 전 세계 규제 당국의 승인을 끌어내기 위해선 지분 공동 인수를 추진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코너 몰린 日 소프트뱅크…'ARM' 노리는 삼성전자, 구원투수 될까

ARM은 지난 2016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소프트뱅크와 자회사 비전펀드를 통해 인수했다. 지분율은 소프트뱅크그룹이 75%,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25%다.

그러나 2021년부터 이어진 저조한 투자 실적 여파로 ARM을 시장에 다시 내놨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지난해 3분기에만 1조6천70억 엔 손실을 냈다. 지분 20.1%를 보유한 중국 자동차 공유업체 디디추싱의 주가 하락으로만 약 4조5천억원을 손해봤고, 1조원을 투자한 인공지능(AI) 안면 인식업체 센스타임도 미국 정부의 제재로 홍콩 상장이 지연되면서 손실 규모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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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RTVM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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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소프트뱅크는 ARM 매각으로 이를 만회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앞서 엔비디아가 400억 달러(약 56조원)에 ARM을 단독 인수하려고 했지만, 지난 2월 초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의 규제 당국의 저항으로 무산됐다.

업계에선 ARM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반도체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곳이 대부분이란 점에서 향후 매각도 쉽지 않다고 봤다. 다시 매각을 추진해도 규제에 막혀 거래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소프트뱅크그룹 역시 자금 확보 방안으로 매각 대신 기업공개(IPO)로 계획을 바꿔 추진해왔다.

그러나 IPO 작업도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내년 3월 말까지 ARM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영국 런던증권거래소 등에 상장을 추진했지만,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소프트뱅크의 계획과 달리 영국 정부가 런던증권거래소 우선 상장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소프트뱅크는 재무 상황이 나빠지자 삼성전자, SK 등과 접촉하며 ARM 출구 전략을 다시 짜는 분위기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잇따른 투자 실패로 올해 상반기에만 약 500억 달러(약 70조원)의 적자를 기록,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기존 투자자산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기업들도 ARM 공동인수 추진을 두고 발 빠르게 나선 모습이다. 올해만 팻 겔싱어 인텔 CEO(2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3월),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5월) 등이 모두 ARM 공동 인수 추진 의사를 밝혔다. 앞서 박 부회장은 "ARM을 어느 한 기업이 독점하게 되면 반도체 생태계에서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에 공동인수를 추진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선 소프트뱅크가 긴급하게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ARM의 지분을 나눠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소프트뱅크 측이 최근 언급한 '전략적 제휴'를 두고 삼성전자의 ARM 소수 지분 취득일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만약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게 되면 반도체 시장 내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모은다. 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의 설계 경쟁력이 강화될 뿐 아니라 TSMC와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구도에서도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도 가시화 될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ARM을 삼성전자가 인수하게 되면 비메모리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ARM의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미미했던 반도체 설계 분야 경쟁력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를 꺾고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데는 대규모 투자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TSMC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보다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ARM 인수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이루는데 더 빠른 실행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독인수 추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가 공동인수를 할 경우 ARM에 대한 일부 지분만 확보돼 다른 기업들과의 관계에 따라 실질적인 설계 등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구성원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에 부담을 줄 위험이 크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설계(시스템LSI사업부)와 위탁생산(파운드리사업부)를 동시에 진행하는 삼성 입장에서 ARM을 수직계열화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설계 역량을 강화하면 설계를 맡기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고객사들의 기술 유출 우려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지난 2012년 ASML에 투자해 3% 지분을 확보한 사례나,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코닝과 지분을 교환해 지분 9%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랐던 사례처럼 일부 지분 확보와 함께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장기 협력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며 "ARM 역시 '소유하되 지배하지 않겠다'는 M&A 전략을 앞세워 지분 투자로 우군을 확보하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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