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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환율 1430원 돌파…코스피·코스닥 3.0~5.0%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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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규모 감세에 달러 초강세 지속

전세계 금융시장 재차 불안에 빠져들어

외환당국 개입 발언도 환율 막지 못해


한겨레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9.7원 오른 1419.0원에 개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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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무서운 오름세를 보이며 단번에 1430원을 넘어섰다. 영국의 대규모 감세 정책 등으로 글로벌 달러 초강세 현상이 더욱 깊어진 영향이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에 빠지며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3.0~5.0%나 하락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0원 오른 1431.3원에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6일(종가 1440.0원) 이후 최고 기록이다. 1419.0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개장하자마자 1420원을 넘어선 뒤 오름폭을 계속 키웠다. 장중 한때 1435.4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달러가 초강세 질주를 지속한 영향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각) 113대로 올라선 달러 인덱스는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한때 114.4까치 치솟아 2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도 크게 흔들렸다. 코스피는 이날 69.06(3.02%) 떨어진 2220.94에 장을 마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이튿날인 23일 23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2200선도 위태로운 모양새다. 이날 하락장은 개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이끌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456억원어치, 36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기관이 28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 지수도 692.37로 36.99(5.07%) 급락하며 2년3개월여 만에 700선을 내줬다.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세(채권가격 하락)를 나타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349%포인트나 무섭게 뛰며 연 4.548%를 기록했다.

이날 달러 강세 심화(원화 가치 약세)는 영국 재정부양책 발표의 여파로 풀이된다. 지난 23일(현지시각) 영국 재무부는 소득세율을 일부 낮추는 등 50년 만에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재무부는 2027년까지 448억파운드(약 70조원)가 감세될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콰시 콰르텡 재무장관은 “진짜 위험한 건 (정부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아) 성장을 질식시키는 것”이라며 “(이번 발표에 더해) 더 많은 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경기가 부양되고 동시에 가계의 에너지 지출이 절감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시장의 평가는 달랐다. 재무부 발표 직후 파운드화 가치는 1.09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37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영국 국채 2년물 금리도 23일 연 4%를 넘어선 데 이어 26일 개장 직후 4.53%까지 치솟았다. 감세로 인해 국채 발행(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채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이번 경기 부양책이 총수요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하는 압력으로 작용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많이 올려야 할 거라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 국립경제사회조사연구소(NIESR)는 이제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영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연 5%까지 올려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화와 일본 엔화의 약세도 달러 가치를 더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25일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 출구조사에서 극우 세력의 집권이 기정사실화하자 유로화 가치가 떨어졌다고 풀이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이날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는 일은 없다”고 발언한 이후 엔-달러 환율도 도쿄 외환시장에서 약 24년 만에 장중 145엔을 넘어섰다.

전세계 금융·외환시장이 불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국내 외환당국의 잇따른 구두개입성 발언도 환율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외환시장에서 쏠림현상이 심화해 원-달러 환율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과 과도하게 괴리되는 경우,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에 따라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환율은 이 총재의 발언 이후에도 오름세를 나타내며 오후 1시께 1430원을 돌파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도 오전 일찍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필요시 외환당국이 조선사 선물환을 직접 매입할 수 있도록 제반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고 재차 밝혔다. 최근 들어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 통화 스와프를 맺고 조선사들의 선물환 매도를 촉진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는 줄이고 공급은 늘려 환율을 끌어내리겠다는 취지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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