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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르포] 일회용품 지우고 친환경 더했다...수유 백년시장 '이유 있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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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은 지금] ESG로 새 옷 입은 '수유 백년시장'

백년백 통해 연간 5000만원 절약...상인ㆍ고객 모두 '함박웃음'

"잘 하고있는데"...전통시장 첫걸음 사업 예산 줄어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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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비닐봉지를 준다고 했는데 제가 일부러 안 받았어요. 비닐봉지를 안 쓰면 환경도 보호하고 쿠폰도 받을 수 있는데 사용할 이유가 없죠.”

지난 20일 서울 강북구 백년시장에서 열린 ‘백년백’ 나눔행사에서 만난 이은주씨(가명·34) 말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비닐봉지 없는 시장을 만들기 위한 백년백 행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른 평일 오후 시간대임에도 행사장은 백년백을 받으려는 손님과 이미 백년백을 활용한 물건 구매로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한 고객까지 더해져 인산인해를 이뤘다.

행사에 처음 참여한다는 한 50대 고객은 “물건 구매 중에 가게 주인이 행사에 대해 알려줘서 얼떨결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그동안 비닐봉지를 사용하면서도 환경에 안 좋다는 건 알았지만 귀찮아 외면했는데 이제 참여한 것을 계기로 열심히 비닐봉지 사용을 줄여나가야겠다”고 했다.

백년시장은 오는 10월부터 검정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이를 위해 9월 한 달간 계도기간에 백년백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지구 나이를 100년 뒤로 돌린다는 의미를 가진 백년백은 폐현수막을 활용해 만든 장바구니다. 2019년 버려진 폐현수막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고 친환경 활동을 하기 위해 백년시장 상인회에서 강북구청에 자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내 시작한 사업이다.

현재는 참여 인원과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커지며 강북구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원으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제공되는 에코백 외에도 개인이 활용하는 장바구니도 백년백으로 등록만 하면 활용할 수 있다.

등록을 마친 장바구니를 이용해 백년시장에서 쇼핑을 진행해 일일 1회 인증하면 백년쿠폰을 지급한다. 인증과 등록은 시장 내 5개 인증센터에서 가능하며 쿠폰 개수에 따라 지역화폐와 종량제 봉투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 내 상인들도 백년백 운동을 반기는 분위기다.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상인 김모씨는 “그간 비닐봉지를 이용하면서도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이제는 그런 불편한 마음도 들지 않고, 비닐봉지 구매하는 비용도 아끼게 되니 일거양득”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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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백년백 행사를 통해 연간 5000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며 “처음 관련 행사를 시작했을 땐 친환경 보호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물론 할인 혜택 등 동기부여가 없어 참여도가 저조했다”면서 “현재는 강북구청과 소진공 측 도움으로 다양한 이벤트 행사를 할 수 있게 돼 소비자 참여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실제 상인과 손님들이 하나같이 백년시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된 것은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사업인 ‘전통시장 첫걸음’에 선정되면서부터다. 첫걸음 사업 선정 이후 장바구니 제공에만 그쳤던 활동은 지원 예산을 확보해 할인 혜택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그 결과 이달 1일부터 시작된 백년백 운동에는 총 500명이 개인 사용 장바구니와 백년백에 고유번호를 붙여 행사에 참여했다. 상인회는 이달 말까지 1000명까지 참여 고객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성화 시장 육성사업 일환인 첫걸음 기반 조성 사업은 전통시장 중 특성화 사업(문화관광형, 골목형)과 상권 활성화 지원사업 등을 지원받지 않은 시장에 한해 1년간 최대 3억원까지 지원금을 제공한다.

제공된 지원금은 △결제 편의 △가격·원산지 표시 △친절·청결 개선 등 전통시장 기초 역량 확보를 위한 사업에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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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룡 백년시장상인회 회장은 “백년백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장 내 환경 보호와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면서 “다만 장기적으로 운영하며 소비자 인식 개선까지 이끌기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첫걸음 사업만 해도 올해 예산이 큰 폭으로 줄며 전통시장 지원 대상이 올해 31곳에서 내년엔 10곳까지 감소해 우려가 크다”며 “시장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환경 개선을 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각 시장에 맞춰 실질적인 환경 개선 사업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아주경제=이나경 기자 nak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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