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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창용 "이론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불필요"…10월 빅스텝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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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우리가 처한 입장에서 이론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새로운 결정이 날 것"이라며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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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올려쓰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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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전체회의에 출석해서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한 질의에 “통화 스와프에는 전제조건들이 있고, 전제조건이 맞았을 때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누구 봐도 전제조건이 맞지 않은데 마치 지금 한국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스와프를 달라고 하면 오히려 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국민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를 받아오면 좋은 것은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22원 하락(환율 상승)한 달러당 14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세계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종가 기준 달러당 144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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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 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정보교환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달러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 (통화 스와프)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은도 Fed와 굉장히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고, 다른 어느 중앙은행 총재보다 (Fed와)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관계가 있다”며 “시장 상황이 스와프 체결의 전제조건에 가면 충분히 이야기할 채널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이 통화스와프를 포함한 유동성 공급 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의 원화가치 급락에 대해 과도한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 공통으로 절하된 부분과 추가로 절하된 부분을 구별해서 논의하지 않으면 과도하게 위기를 걱정할 수 있다”며 “9월 이후 엔화와 위안화가 절하되며 원화가 한국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비해 더 급격하게 절하되는 점이 있어 쏠림현상이 없도록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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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총재가 과도한 우려에 선을 긋는 건 대외신인도나 순대외금융자산 규모에 대한 믿음에서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7441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금융위기였던 2008년 말 순대외금융자산은 -703억 달러였다.

이 총재는 "과거에는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국가 부채가 커져 기업과 은행이 넘어갈 상황이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1997년과 2008년의 상황과 다르기 때문에 이번에 미국과 통화스와프 없이 위기를 해결한다면 여러 가지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보험(스와프)을 갖고 와 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그 일이 제대로 되면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과 한은과의 통화스와프나 해외 투자자산의 국내 환수 등을 방안으로 꼽았다. 다만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 등 각종 대책은 약발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강달러를 불러온 Fed의 긴축이 계속되고, 통화스와프 등 외부 지원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환안정대책의 약발마저 먹히지 않을 경우 상당 기간 고환율의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이 총재도 이날 “국민들이 에너지수요를 줄이느냐 역시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며 “모든 경제주체가 여러 방법을 통해서 위기를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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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다음 달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빅스텝) 가능성은 더 커졌다. 이 총재는 “지난 22일 비상거시경제회의 때 전제조건이 바뀌었고, (10월) 금통위에서 새로운 결정이 날 것이라고 예고했다”며 “그로 인해 지금 국내 금리들이 조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22일 비상거시경제회의 때 “미국의 기준금리가 4%대에서 어느 정도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 달 사이 많이 바뀌었다”며 "다음 금통위 때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금리 경로 전망)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종전 포워드 가이던스는 점진적인 0.25%포인트 인상이었다.

추가 빅스텝 가능성이 커지며 채권 금리는 급등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6일 국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349%포인트 오른 연 4.548%에 거래를 마쳤다. 국채 3년물 금리가 4.5%를 넘어선 건 2009년 10월 28일(4.51%) 이후 12년 11개월 만이다.

다만 이 총재는 “미국과 너무 큰 금리 격차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반드시 1대 1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가 상황과 가계부채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만큼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수 없다는 취지다. 과거 한미 금리 역전 기간 중 최대 역전 폭은 1.5%포인트(2000년 5월)였다.

이 총재는 향후 물가 상황에 대해서는 “물가 정점을 10월 정도로 보고 있는데 예상보다 국제 유가는 빨리 떨어지고 있지만, 환율 절하로 그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며 “저희가 걱정하는 것은 물가가 내려오는 속도가 (원화 절하로) 굉장히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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