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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영화 '아마겟돈' 처럼, 내일 소행성에 우주선 충돌 실험…전세계인 이목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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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천문연구원, 우주망원경 통해 궤도변화 측정

내달 19일부터 임무 본격 수행, 동아시아 유일

다만 우주선 조준 실패하면 2년뒤 충돌 재시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다트(DART·쌍 소행성 궤도수정 시험) 임무 상상도. 다트는 지구 위협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미세하게 바꾸는 '지구방위' 임무다. NASA는 다트 우주선을 소행성 디모포스에 충돌시킨다. 디모포스는 소행성 디디모스 주변을 돌고 있으며 지름 160m, 무게 480만㎏이다. 이에 반해 다트 우주선은 600㎏에 불과하지만, 속도를 약 2만4660㎞까지 높여 소행성 궤도를 미세하게 바꿀 예정이다. /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의 천체 궤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인류 역사상 첫 임무가 개시된다. 지구로부터 약 1100만㎞ 떨어진 지점까지 다가온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키는 지구 방위 임무다. 한국 연구진은 충돌 3주 후부터 소행성의 궤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측정할 예정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27일 오전 8시 14분(한국시각) 쌍 소행성 궤도 수정시험인 '다트(DART) 임무에 나선다. 쌍 소행성은 디디모스(Didymos)와 디모포스(Dimorphos)라는 이름이 붙었다. 디디모스가 가운데 있고, 그 주변을 디모포스가 11시간 55분마다 한바퀴씩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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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정가운데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와 그 주변을 도는 디모포스(Dimorphos)에 다트 우주선(왼쪽)이 충돌하는 상상도. 디디모스가 가운데 있고, 그 주변을 디모포스가 11시간 55분마다 공전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충돌 3주 후부터 광도(빛 밝기) 변화를 통한 쌍 소행성의 궤도의 변화를 측정한다.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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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행성과 부딪혀 궤도를 바꾸기 위해 발사된 우주선 '다트'는 작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지난 10개월가량 우주선은 디모포스를 향해 날아갔다. 7월부터 소행성에 근접하던 중이다.

지구와 디모포스 간 거리는 약 1100만㎞까지 가까워졌다. 지구와 달의 평균 거리(38만㎞)보다 30배 가까이 먼 거리지만,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은 지속 발견되고 있다. 지구와 750만㎞보다 가깝고 지름이 140m보다 큰 소행성을 '지구 위협 소행성'이라 부르는데 현재 2000여개 이상이 발견됐다.


현실판 아마겟돈 실험


다트 임무는 이처럼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재해를 막기 위한 '현실판 아마겟돈' 실험이다. 영화 아마겟돈은 NASA 연구진이 지구에 소행성이 날아오는 상황을 예측하고, 이를 핵탄두로 폭파해 지구를 지킨다는 줄거리다. 영화처럼 소행성을 폭파하진 않지만, 우주선 충돌로 그 궤도를 미세하게 조정한다. 다만 우주선이 소행성 조준에 실패할 경우 우주선은 연료절약 모드로 전환해 2년여 뒤 다시 충돌을 시도할 예정이다.

다트 우주선의 표적은 디모포스다. 지름 160m, 무게 480만㎏으로 축구장 크기다. 다트 우주선은 무게 약 600㎏ 수준으로 소형차 크기다. 언뜻 보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다트 우주선은 충돌 직전 시속을 약 2만4660㎞까지 끌어올린다. 속도를 높여 충격량을 높이고 천체 궤도를 미세하게 바꾼다는 목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보현산·소백산 천문대 망원경, 미국 애리조나주 레몬산 천문대 망원경,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 시스템(OWL-Net) 망원경을 활용해 디모포스 궤도 변화를 조사한다. 다트 우주선과 소행성이 충돌하면 먼지와 화염이 만들어진다. 천문연은 명확한 측정을 위해 먼지 등이 가라 앉은 내달 19일부터 측정 임무를 본격 수행한다.

천문연은 광도(빛 밝기) 변화를 통해 쌍 소행성 궤도의 변화를 측정한다. 지구에서 쌍 소행성을 바라보면, 디디모스 주변을 디모포스가 도는 과정에서 빛을 일부 가린다. 이 빛이 줄어드는 간격을 측정해 공전 주기의 변화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희재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주 소행성 앞을 위성 소행성이 가릴 때 생기는 빛의 밝기를 통해 궤도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라며 "동아시아 쪽 망원경이 이번 임무에 참여하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다트 우주선은 소행성에 충돌하기 때문에 충돌 직후 나타나는 변화를 직접 관측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우주선에 이탈리아의 초소형위성 '리시아큐브'(LICIACube)를 싣고 간 이후 충돌 장면을 촬영한다. 리시아큐브는 우주선 뒤쪽에서 우주선과 소행성의 충돌 장면을 촬영한 직후 디모포스를 지나칠 전망이다. 리시아큐브가 촬영한 전체 이미지를 받으려면 수개월 가량이 소요되지만, 첫 이미지는 수일 내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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