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음주운전'보다 위험한데...단속도·처벌도 어려운 '마약운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마약범죄가 늘어나면서 현재 단속이 어려운 마약운전 역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약물을 투약한 상태로 운전을 하는 행위는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한 행동인데 적발은 쉽지 않아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곳곳에서 발생하는 '마약운전'…집계도 안 돼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동작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약물운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구속해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관악구) 인근 골목에 자신의 차를 대고 필로폰을 투약한 뒤 동작구 사당동 자신의 자택까지 마약에 취한 상태로 차를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운전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교통법상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등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또 '특별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은 사람을 다치거나 사망하게 하면 가중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필로폰 등 강한 중추신경흥분제를 투약한 상태에선 환각 작용으로 인해 사고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마약을 투약하고 운전하게 되면 앞에 도로가 있는지, 사람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심지어 내 차가 앞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또 뇌를 각성시키는 마약을 투약하게 되면 과속 등 위험운전을 할 가능성이 높아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각성제를 투약하면 사람의 자신감이 증대돼 난폭하게 운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도로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은 저하돼서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 2020년 9월 부산에서는 40대 남성 B씨가 합성대마를 흡입하고 시속 약 100㎞로 포르쉐를 몰다 평일 퇴근 시간대인 오후 5시40분쯤 도심에서 7중 추돌사고를 냈다. B씨는 앞서 승용차 2대를 연달아 들이받고 도주하던 중 연쇄 추돌사고를 냈다.

또 7월 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인근 공원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숨진 채 발견된 20대 C씨는 국과수 부검 결과 필로폰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약물운전은 집계 자체가 안 되는 실정이다.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청은 범죄 통계에서 약물운전 발생 통계를 별도로 집계하고 있지 않다. 약물운전의 경우 음주운전과는 달리 현장에서 단속이 이뤄지기보다 A씨의 사례처럼 마약 관련 범죄 수사과정에서 밝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머니투데이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는 관련없음.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주차장에서 대량의 필로폰을 밀반입·유통한 국내외 마약조직을 검거, 압수한 필로폰 90kg 및 기타 증거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2018.10.15/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늘어나는 마약범죄…마약운전 단속·처벌 강화 한목소리

최근 마약범죄는 증가 추세다. 지난해 마약범죄 발생건수는 8088건으로 3년 전인 2018년 6513건에 비해 19.4% 증가했다. 마약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지난해 1만607명으로 2018년 8099명에 비해 23.6% 증가했다.

이에 경찰 안팎에선 운전자에 대한 음주 여부뿐 아니라 마약류 투약 여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 투약 범죄가 늘고 있는 만큼 마약운전에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경찰은 음주운전에 대해선 정기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교통사고 발생시 음주 여부를 측정하지만 약물 투약 여부를 알 수 있는 간이시약 검사 등 장비는 일선 경찰에 보급돼있지 않다. 횡설수설하는 등 정신 착란을 보이지만 음주 측정이 안되는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마약류 검사를 실시한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장은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면 단속된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처럼 마약 범죄에도 이같은 단속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윤흥희 교수 역시 "현재 음주운전만 단속을 하는데 향후 마약류에 대한 검사까지 실시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약물운전에 대한 단속과 함께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도로교통법과 특가법은 약물운전 처벌규정에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를 담고 있다. 운전자가 마약을 투약한 채로 운전을 한 것이 확인되더라도 실제 운전능력이 얼마나 저하됐는지 입증돼야 약물운전으로 처벌이 가능한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약을 투약하고 운전을 하면 운전능력의 손상 여부와 관계없이 바로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한 형량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마약을 투약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 투약한 경우보다 형량이 낮다.

마약운전의 경우 당연히 마약 투약이라는 범죄가 먼저 발생해 경합가중처벌을 받게 되는데 현행법상으로는 투약의 형량이 더 높아 투약 범죄에 마약운전죄가 합쳐지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승 연구위원은 "애초에 불법인 마약 투약을 저지르고 더 위험할 수 있는 운전이라는 범법 행위를 저질렀으니 마약운전의 형량을 마약 투약보다 높이는 게 범죄 억제라는 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머니투데이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