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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일 힘들어 그만둔다고 했었는데”…적막함 감돈 ‘대전 현대아울렛’ 희생자 합동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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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전 시민들이 27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를 찾아 참배를 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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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일이 힘들다고 했을 때 바로 그만두게 했어야 했는데….”

지난 26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로 숨진 A씨(30대)의 작은 아버지인 B씨는 “조카가 최근 이직을 하고 너무 힘들어해 일을 그만두려고 했다”며 “일을 조금만 빨리 그만뒀더라도 이런 비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오후 1시쯤 대전 유성구 용산동 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앞에 차려진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적막함만이 가득했다. 분향소가 차려지자마자 이곳을 찾은 유족들과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분향에 동참했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근조화환도 하나둘씩 도착했다.

B씨는 “30대의 청년이 꽃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부모 곁을 떠났다”며 “사고 원인은 꼭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전날 오후 2시 30분쯤 119 구조대에 의해 발견돼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유족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지자체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B씨는 “최근에 지어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는 최신식 소방 시스템이 설치됐을 텐데, 왜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사고 관계자들은 현장을 찾은 희생자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상황 설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분향소 옆에는 유족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쉼터에 모인 유족들은 각자의 사연을 얘기하며 서로를 위로하곤 했다. 아직 빈소가 차려지지 못한 희생자도 있다.

사망자 C씨(60대)의 동생인 D씨는 “보상 문제 등으로 인해 형의 빈소는 아직까지도 차려지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고인을 편히 모셔야 함에도 현실적인 문제로 그렇지 하지 못해 비통하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안 사정이 좋질 않아 장남인 형이 직접 원양어선을 타고 다니며 생활비를 벌어오곤 했다”며 “현재 형수님과 조카 2명 모두 몸 상태가 좋질 않은데, 앞으로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라고 덧붙였다.

대전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서는 이날 분향소 옆에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유족들의 심리 안정을 위한 지원 상담에 나선다. 센터 관계자는 “합동분향소가 유지될 때까지 자리를 지켜 유족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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