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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대만 해협 군사적 긴장 고조···무력충돌 발생하면 한국은?[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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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군사력을 동원해 방어할 것이라는 점을 수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 내에서는 무력 충돌 발생시 한국도 동맹국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또 중국의 대만 침공시 주한미군의 대만 투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2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 해협의 안정과 평화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은 정부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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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드 프라이스 미 국부부 대변인.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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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늘어난 ‘한국 역할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시 한국이 대만 방어를 지원하기 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한국과 철통 같은 동맹을 맺고 있으며 이 동맹은 인도·태평양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답했다. 이 언급은 미국, 대만과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이 유사시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재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대만 문제는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대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도 대만 문제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관리는 지난 23일 컨퍼런스콜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오는 29일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방한 목적중 하나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관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대만 문제가 북한 문제, 경제·기술 협력 등과 함께 한·미 동맹 간 핵심 현안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이 같은 미 행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이 어어지고 있는 것은 한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에 반대한다는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유사시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


최근 2번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공동성명에 잇달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갈등과 충돌이 없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의미의 언급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미·중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실제로 상황이 발생했을때 한국이 어떤 행동적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대답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방송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대만 방어를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북한 역시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대만에서 충돌이 일어나도 군사적인 기여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또 주한미군이 대만 사태에 투입되는 것 역시 원하지 않는다는 뜻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미국이 한국의 군사적 지원을 원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미·중 관계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이 진영 대결의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확실하게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줄 수 있는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에게 군사적 역할을 기대하기보다 이 문제에서 미국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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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해상훈련을 위해 지난 23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 갑판에 탑재된 전투기들. 국방부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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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대만 파견 가능성 있나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주한미군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가능하다”면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어떤 병력을 활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미국”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민간인 신분인 전직 사령관의 발언에 입장을 내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우리 국민이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미 간에 공고하고 긴밀한 협조 체계와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력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주한미군이 실제 투입되는 상황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전직 관료 출신의 안보 전문가는 “주한미군은 지상군 위주여서 대만에 급변사태가 발생해도 신속히 전개하기 적절한 전력은 아니며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대만 해협까지는 미 전투기의 작전 반경을 넘어가는 거리이기 때문에 미국의 주한 공군력이 대만에 투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 재조명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가 아닌 다른 곳에 투입되거나 한국이 다른 지역에서 미국이 개입하는 군사적 상황에 동참하는 문제에 대해 한·미가 정교하게 논의를 해둔 것은 아직 없다. 다만, 2006년 한·미 외교장관이 합의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가 이에 가장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양국은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합의했다. 또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명시함으로써 한국이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 작전에 동원되는 것을 막는 장치를 해놨다. 하지만 이 합의는 내용 자체가 모호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지 않은 구두합의일 뿐이다. 또한 현재의 안보 상황은 당시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이 합의가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유신모 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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