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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금융위기 극복한 '환율용사' 찾은 秋…'폭주하는 강달러' 대응방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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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신제윤·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회동]

2008년 기재부 '국제금융라인' 환율 최전선 방어

외환보유액, 금융위기 때보다 커 유동성 충분해

전문가 "통화 스와프 체결해 시장 안정시켜야"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유례없는 달러 강세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신제윤·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을 만나 외환·금융시장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두 사람은 환율이 역대 최고점까지 치솟았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적극적인 시장개입으로 방어전을 펼쳤던 인물들이기에 시장에서는 이날 열린 ‘3인 회동’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이데일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신제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조찬을 갖고 최근 금융·외환시장 상황, 과거 정책경험 및 대응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왼쪽부터 신 전 위원장, 추 부총리, 최 전 위원장.(사진=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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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환율 잡은 ‘최신최강’라인

기재부는 이날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추 부총리가 신제윤·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을 만나 최근 변동성이 커진 금융·외환시장 상황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이날 ‘3인 회동’은 글로벌 강(强)달러 현상이 심화하면서 당국 개입에도 환율이 안정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뤄져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통화긴축 정책에 이어 영국 정부가 50년 만에 최대 규모 강세안을 발표하며 아시아권 통화와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등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2.0원 오른 1431.3원에 마감했다. 이날은 전 거래일보다 9.8원 내린 142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런 상황에서 추 부총리가 기재부 OB들을 만난 건 국제금융 전문가들을 만나 과거 외환시장에 대한 정책경험과 대응방안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전 위원장은 금융위기 때인 2007~2009년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과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을, 최 전 위원장은 기재부 국제금융심의관과 국제금융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신 전 위원장과 최 전 위원장은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때 환율전쟁의 최전선에 있었다. 이들은 이른바 ‘최신최강 라인(최종구 국장-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최중경 차관-강만수 장관)’의 일원으로 외환시장 안정에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당시 환율 관리를 시장에 맡기기보다 정부가 개입해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환율주권론자’로도 명성을 떨쳤다. 특히 최 전 위원장은 원화 가치가 폭락하던 2008년 7월 점심시간을 이용해 달러 매도 물량을 쏟아냈던, 이른바 ‘도시락 폭탄’ 작전으로 유명했다.

최 전 위원장은 당시 구두개입과 함께 점심시간에만 40억달러, 하루 동안 60억달러를 매도하며 7월 한 달 간 210억달러를 시장에 쏟아냈다. 당시 외환당국이 1050원 선을 위협하는 세력을 막기 위해 강력한 시장개입을 연이어 단행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3일 만에 45원 이상 떨구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적은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적자구조로 정부의 개입에도 원화 약세가 심화하자 한·미, 한·중, 한·일 통화스와프를 추진했다. 당시 차관보였던 신 전 위원장은 2008년 10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뒤 “제2의 외환위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2009년 3월 1597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환율은 경상수지 흑자와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3개월 만에 360원 급락하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금융위기때와 다르다지만…“통화스와프 체결해야”

정부는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며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나라의 통화가 다른 나라보다 실질적으로 가진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실효환율이 2013년 수준으로 금융위기 때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외환보유액 규모도 과거 금융위기 때보다 커 달러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로 전월 말(4386억1000만달러)보다 21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204억달러)와 2008년 금융위기(2012억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많은 규모다. 추 부총리는 25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외환보유액이 많기 때문에 적기에 활용해 필요하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 위안화·엔화 등 아시아 지역 통화 약세로 원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외환보유액에서 현금성 자산 비중이 낮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체 외환보유액 중에 당장 동원할 현금이 4%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다 국채”라면서 “외환보유액 자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7%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비축하지 않고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다시 외환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외환보유액 중 30%정도를 현금으로 비축하고, 외환보유고 자체도 GDP 대비 90% 수준으로 충분히 비축시켜야 할 것”이라며 “무역 적자도 확대되고 있고 외환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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