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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크렘린궁도 인정한 ‘오류투성이’ 동원령…러 징집센터 등 54곳 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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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과잉 동원에 반대 시위 격화…나흘간 26만명 탈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 발동 이후 러시아 사회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동원령 반대 시위는 격화되고 해외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엉뚱한 사람을 징집했다가 귀가시키는 소동도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동원령 위반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면서 “모든 오류가 시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의 동원 실수 인정은 동원령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러시아 정부의 과잉 동원, 소수민족 집중 동원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독립언론들은 지방 관료들이 중앙정부의 징집 할당량 이행을 서두르면서 피부암에 걸려 한쪽 눈이 실명된 59세 남성, 당뇨병과 뇌 질환을 동시에 겪고 있는 63세 남성에게까지 소집 통보서가 전달됐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부분 동원령에 따른 징집 인원이 30만명 규모라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독립언론들은 정부가 공식 발표 자료에서 실제로 징집을 원하는 예비군 숫자를 누락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실제 징집 인원은 최대 10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정부의 진화 노력에도 동원령 반대 움직임은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동원령 공포 이후 러시아 내 군 징집센터를 비롯한 건물 54채가 불에 탔다”고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시위대가 징집센터를 겨냥해 공격한 것만 17건으로 집계됐다. 러시아의 인권단체 ‘OVD-Info’에 따르면 이날까지 반정부 시위 참여로 전국에서 2300명 이상이 체포됐다.

특히 러시아 중앙정부의 손길이 잘 미치지 않는 외곽 지역에서 반발 움직임이 격화되고 있다. 이날 시베리아 남동부 이르쿠츠크주 우스트-일림스크의 징집센터 사무소에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신병 모집 요원 한 명이 중태에 빠졌다. 총격범은 25세 남성으로 군복무 경력이 없는 친구가 징집 통지서를 받은 것에 분개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다수가 무슬림인 러시아 남서부 자치공화국 다게스탄의 수도 마하치칼라에선 시위대가 주요 도로 곳곳을 봉쇄하고 있고, 경찰들은 전기충격기와 권총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소수민족을 더 많이 징집해 위험한 전장에 배치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고 BBC 등은 지적했다. BBC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망한 러시아군 6000명 중 다게스탄인이 3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게스탄보다 인구가 5배나 많은 모스크바 출신 사망자 수보다 10배나 많다.

해외 탈출도 계속되고 있다. 노바야 가제타는 연방보안국 관계자를 인용해 “당국이 징집 대상자들의 출국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면서 21~24일 26만1000명이 러시아에서 도망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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