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사설] 野 박진 해임안 29일 처리, ‘비속어 논란’에 싸움판 된 국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두고 국회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윤 대통령 순방 외교 논란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결정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3분의 1(100명) 이상 발의와 과반(150명) 찬성으로 의결된다. 1987년 현행 헌법 하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은 3차례다. 물론 민주당이 29일 국회에서 의결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뻔하다. 사실상 해임건의안을 통해 윤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가하려는 노림수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오른쪽)와 이수진·오영환 원내대변인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을 들고 의안과로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해명은 국회의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다음달 5일 시작되는 국정감사 실시계획서 채택을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는 이날 대통령실 현안보고를 놓고 여야가 고성을 주고받는 끝에 20분 만에 정회됐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역시 비속어 공방 속에 첫 질의도 못한 채 정회됐다. 5개월째 국정 공백을 초래한 국무위원 검증이 우선이라는 여당 주장도 정치논리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법적 공방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여당은 ‘자막 조작 사건’, ‘정언유착’이라며 MBC를 고발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미동맹을 해치고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해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 자제 요청에도 왜곡해 자막을 입혀 보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작된 ‘제2의 광우병 사태’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MBC와 유착 의혹을 제기한 여당을 향해 “법적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여당 시의원과 시민단체 간 대리 난타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우리 경제는 3고(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과 무역 적자 급증 등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북핵 등 안보 위기도 여전하다. 그런데도 단초를 제공한 대통령실이 ‘동맹 훼손’이라는 입장만 툭 던지고 방관하는 건 무책임하다. 진실 여부를 떠나 ‘이XX’라는 비속어를 사용했다면 문제다.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이 없었더라도 부주의든 실수든 간에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온 데 대한 사과와 유감 표명이 우선이다. 야당도 국감이 코앞인데 정치적 이익을 노려 강공 일변도로 나가는 건 곤란하다. 여야는 국격만 갉아먹는 끝없는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은 위기의식을 갖고 민생 입법과 정책 국감 준비에 진력할 때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