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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침수 사망에 이어 화재 참사… 재해에 취약한 지하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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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문 연 최신식 건물 속수무책

현대 측에 책임 묻지 않을 수 없어

다른 곳 문제 없는지 일제 점검해야

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조된 1명도 생명이 위태롭다고 한다. 태풍 ‘힌남노’ 때 경북 포항 지역 아파트 지하주차장들이 침수돼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가 발생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참사 원인이 단지 물에서 불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나마 화재가 현대아울렛이 문을 열기 전에 발생해 주차된 차량이 거의 없었던 것은 다행이다. 개점 이후 화재가 발생했다면 초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세계일보

27일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아울렛 화재 현장으로 합동현장감식 조사원들이 진입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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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현대아울렛은 2020년 문을 연 최신식 건물이다. 이런 곳에서 화재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스프링클러와 환기 시설 등 화재 대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 현대아울렛은 개장한 지 2년밖에 안 됐다는 이유로 올해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6월 초 소방점검에선 지하1층 주차장 화재감지기 전선 불량 등 24개 항목에서 지적을 받았다. 현장 합동 감식을 거쳐야겠지만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현대아울렛 측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화재는 지하 1층 하역장 인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자들은 대피할 겨를도 없이 불붙은 박스와 의류 등에서 뿜어져 나온 유독성 검은 연기에 질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하층은 외부 공기 공급이 부족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지상보다 유독 가스가 많이 발생하고, 그만큼 피해도 커진다. 전문가들이 지하주차장 화재의 위험성과 대비 필요성을 지적하며 제연·배연 설비 성능 등을 강조하는 이유다. 화재 직후 현대아울렛 측은 “지하 연기를 빼는 제연 시설과 스프링클러가 있다. 화재 당시 작동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다.

최근 들어 지하주차장 건설은 하나의 트렌드다. 지상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가 느는 데다 도심 업무용 빌딩과 상가 등도 지하주차장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렵다. 문제는 이런 지하주차장이 수해와 화재 등 재해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철재 위주 마감재 대신 가연성 높은 재료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느는 데다, 전기차 충전 시설도 증가 일로다. 이번 경우처럼 지하는 한 번 불이 나면 뜨거운 열기와 연기가 그대로 쌓여 진압이 쉽지 않다. 그런데도 소방차 진입은 원천 불가다. 현실에 맞게 소방시설 규칙을 개정하고 다른 지하주차장엔 문제가 없는 지 일제 점검을 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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