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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분양가보다 싸게 팔아요”… ‘애물단지’된 생활형숙박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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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보다 5000만원 저렴하게 내놓습니다.”

충남 아산에서 지난 4월 분양한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 ‘한화포레나천안아산역’ 전용면적 117.49㎡의 급매물이 나왔다. 이 면적의 분양가는 9억6100만원. 약 5000만원 저렴한 9억1100만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이다.

조선비즈

21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매물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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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형숙박시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생숙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한때 인기 투자처로 꼽혔다. 그러나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애물단지로 취급받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까지, 전국 곳곳에서 생숙 분양권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가 붙은 생숙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생숙은 단기임대와 취사 등이 가능한 상품이다. 호텔과 오피스텔의 중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한화포레나천안아산역의 경우 현재 분양권 시장에 나온 매물 절반 이상이 마피가 붙은 매물이다. 27일 기준 네이버부동산에 51개의 매물이 올라와 있는데, 이 중 25개가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내놓은 것이다. 마피는 최소 500만원부터 최대 500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

생숙 분양권 가격의 하락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년 1월 준공 예정인 서울 중구 ‘빌리브아카이브남산’도 분양가보다 싼 물건이 시장에 여럿 나왔다. ‘로얄층’으로 통하는 19층 분양가 6억4000만원 매물을 2000만원 낮은 가격에 팔려는 사람도 나왔다. 인기를 끌었던 강원 속초 청초호 인근의 생숙도 마피가 붙어 매물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분양한 ‘해운대 힐스테이트 센트럴’ 분양권 마피도 최대 250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 분양가가 10억1870만원이던 전용 64.07㎡가 9억9370만원에 매물로 나오는 식이다. 지난해 9월 분양한 부산 ‘서면 푸르지오 시티 시그니처’ 분양권도 프리미엄이 없어지는 분위기다. 분양가와 같거나 분양가보다 1000만원 낮은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생숙은 작년만 해도 ‘틈새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분양을 받을 때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데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이 최고 6004대 1에 달하는 생숙도 있었다. 인기가 높자 건설사들도 앞다퉈 생숙을 공급했다. 다만,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과 함께 생숙의 인기가 급격히 식었다. 생숙은 아파트와 달리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다. 계약금만 갖고 대출을 통해 분양을 받은 뒤 전매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자 수익성도 빠르게 악화했고, 투자자들이 잇따라 ‘손절’하기 시작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생숙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전매’가 가능한 상품으로 인기가 있었지만, 금리가 높아지면서 투자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면서 “임대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도, 금리가 올라 대출 이자가 임대 수익보다 많아지고 코로나19가 끝나면서 생숙을 찾는 사람 자체도 줄기 시작했다”고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금리가 낮을 때는 이점이지만, 금리가 높을 때는 오히려 해가 된다”면서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손해를 보고서라도 생숙을 처분하려는 사람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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