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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화그룹 사업 재편·M&A 캐스팅보트 쥐게 된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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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사업 재편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열쇠를 국민연금공단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재계에서 나온다. 국민연금은 ㈜한화와 계열사 지분을 6~12%씩 보유하고 있고, 최근 수익성 악화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국민연금은 이번 방산 사업 재편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을 12.53%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일반투자 기업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화 6.76%, 한화솔루션 7.23%,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2.53%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와 특수 관계인을 제외하면 다수의 회사에서 최대 주주다.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은 아니지만, 소액주주나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따라 캐스팅보트(찬반이 같은 숫자일 때 결정권을 쥔 투표권) 역할을 하기엔 충분한 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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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작업자가 엔진을 검수하고 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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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등으로 나뉜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집중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화는 오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방산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분할로 신설된 한화방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합병한다. 방산 재편의 경우 국민연금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출자하는 방안은 주주들이 수용할지 미지수다. 한화그룹은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데, 이 중 1조5000억원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와 자회사인 한화시스템(5000억원)이 부담한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보유 현금은 1270억원에 불과하다. 한화시스템 역시 보유 현금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최소 1조원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IB업계에서 나온다. 시장에서는 자금 조달에 산업은행이 우군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1조원을 외부에서 차입할 경우 이자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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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사업 재편 방안./유진투자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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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최근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이 기업의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하는 것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기업 경영 활동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근 수익률이 악화돼 하반기엔 본격적으로 수탁자책임활동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중 소액주주(54%), 외국인투자자(19.1%) 비중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사업 분할을 추진하는 한화솔루션도 국민연금 설득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분할(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하는 한편, 첨단소재 부문의 자동차 경량 소재와 EVA(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 시트 등 일부 사업을 물적분할(특정 사업부를 신설회사로 만들고 이에 대한 지분을 100% 소유하는 방식)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솔루션은 물적분할해 신설한 한화첨단소재(가칭)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투자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한화첨단소재가 한화솔루션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 수준이고 중복 상장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이번 물적분할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업의 물적분할에 대해 투자자들과 정치권의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는 점은 걸림돌이다.

앞서 DB하이텍도 반도체 설계 사업부(팹리스)를 분사하려다가 투자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했다. 윤석열 정부도 기업 물적분할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국민연금이 반대할 가능성은 적지만, 재무 부담이 우려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조원 출자에 대해서는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소액주주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국민연금이 한화그룹 사업 재편과 M&A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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