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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구글·애플, ‘배짱장사’에 국회 협박까지… “한국이 만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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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구글과 메타 로고.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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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 등 해외 빅테크 기업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국내 기업·크리에이터·소비자 등에 독점적인 권력을 휘두르며 부당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들 기업이 수년간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광고 수익을 올리거나 국내 개발사를 대상으로 부당이익을 거뒀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글은 최근 망 사용료법 반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유튜브가 생업인 1인 크리에이터나 일반 소비자까지 반대 청원에 끌어들이며 국회에 ‘공개 경고’를 연이어 날리면서 갑질 논란에도 휩싸였다.

2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주요 해외 기업이 국내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거액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져 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가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기 위해 국내 이용자의 적법한 동의 없이 행태정보를 수집했다며 지난 14일 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행태정보는 이용자가 특정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실행한 검색, 구매 기록 정보 등을 말한다. 개인정보위는 구글과 메타가 국내 이용자의 행태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한 뒤, 이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이용자 개별 성향을 기반으로 일대일로 맞춤형 온라인 광고를 하며 광고 수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특히 빅테크 기업이 행태정보를 수집하면서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국내 이용자를 차별했다는 논란도 커졌다. 유럽에서 구글은 개인정보 제공을 5단계로 세분화하고 ‘직접 삭제하기 전까지 보관’, ‘18개월 동안 활동 보관’, ‘활동 저장하지 않음’ 등의 다양한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했다. 반면 국내에선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 동의하는 화면을 ‘옵션 더보기’로 가려둔 채 기본값을 ‘동의’로 설정했다. 이용자가 더보기를 클릭하지 않는 이상 인지하지도 못한 채 개인정보를 구글에 그대로 넘기게 장치를 해 둔 셈이다.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 이후 이미 수백억원 규모로 개인정보보호규정 위반 과징금을 부과해온 유럽에선 ‘눈치 보기’를 하며 법 절차를 지키면서 한국 이용자는 우롱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코리아가 국내 개발사에 인앱결제(애플리케이션 장터 사업자가 만든 시스템에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하는 방식) 수수료를 과다 부과했다는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26일 공정위는 서울 강남구 애플코리아 본사에 조사반을 보내 애플이 앱스토어에 입점한 개발사들로부터 인앱결제 수수료 30%를 초과한 33%를 징수한 의혹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앞서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애플이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3450억원에 달하는 부당 이익을 취득했다며 지난달 공정위에 애플을 신고했다. 협회는 특히 애플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일부 해외 개발사의 경우 10%의 부가가치세를 대신 납부해주고 있다는 점 역시 차별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 개발사보다 국내 개발사에 수수료를 10%씩 더 걷어 가는 것이 국내 업체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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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20일 자사 한국 블로그를 통해 국회에 발의된 '망 사용료 법'에 대한 반대 서명 운동 참여를 촉구했다./ 유튜브 한국 블로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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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구글은 국회가 추진 중인 망 사용료 법과 관련해 한국 소비자와 1인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동원해 반대 서명을 진행하며 국회에 사실상 ‘공개 경고’를 보내고 있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튜브를 즐기는 일반 국내 소비자와 유튜브로 생업을 이어가는 1인 크리에이터를 볼모로 국회를 사실상 협박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는 현재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국내 통신사업자(ISP)와 망 사용료 계약을 의무적으로 체결하는 내용을 담은 망 사용료 관련 법안 7개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 중이다.

유튜브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망 사용료 부과 움직임에 대한 반대 운동을 펼치며 소비자와 크리에이터의 서명을 독려하고 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지난 20일 유튜브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망 사용료 관련 법안에 대해 “이 법안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는 경우 유튜브는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라며 “(망 사용료로 인한) 추가 비용은 결과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그러한 기업들과 생계를 같이 하는 크리에이터(유튜버)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다”라고 했다.

해외 빅테크 기업이 이렇듯 국내 기업과 소비자에 대해 차별적인 사업 운영을 이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도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 등 해외 빅테크 기업 대표가 증인으로 나와 앱마켓 내 특정 결제 수단 강제 행태 등 각종 역차별·무임승차 논란에 대해 질문 받았으나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당국 등이 여러 차례 이들 기업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결국 매번 답변을 회피하는 데 그쳐 이번 사태까지 이어졌다”라며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어가지만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해외 기업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와 기업 등에 돌아갈 것이다”라고 했다.

이소연 기자(soso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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