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尹 “16년간 280조 쏟고도 출산율 0.75명… 과학 기반 정책 추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출산율 높이기’ 한계… 인구정책 새 틀 짠다

저출산위 대폭 개편… 균형발전 강조

尹대통령, 각의서 정책 전환 강조

대통령실 “2040년 165만 감소 전망

고용·주거 등 5대 저출산 요인 해결”

모든 부처에 관련 정책 검토 당부도

이민청 설치·이주노동자 등 대안 거론

“주거·노동 구조적 문제 개선과 함께

직접적인 양육지원 병행돼야”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출산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던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에서 벗어나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인구 정책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앞서 인수위원회 시절 인구가 줄어들 것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비한 적응 정책, 기획 전략을 세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16년간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2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올해 2분기 출산율은 0.75명까지 급락했다”며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시작으로 포퓰리즘이 아닌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 방향’을 주제로 현 정부가 추진할 인구 정책 방향 전환에 대해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를 대폭 손질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위를 인구 감소와 100세 시대의 해법을 찾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전면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간 저출산위는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을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해당 위원회는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을 토대로 만들어진 인구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5년마다 모든 부처의 정책을 망라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정부에선 기존의 출산율 제고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 역시도 궁극적 목표는 출산율에 맞춰졌다. 저출산위 부위원장의 직급도 장관급으로 격을 높이며 힘을 실었지만, 부처 위에 존재하는 ‘옥상옥’ 기구로서 한계가 컸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위를 개편해 인구 감소를 인정하면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해법을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시절 ‘인구와 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출생아 수가 떨어지니 속도를 낮추자는 완화 정책에 맞춰 사업이 주로 이뤄졌다”며 “이제는 예측된 미래(인구 감소)에 맞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고 설계하는 기획 정책, 적응 정책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인구 문제의 또 다른 해법으로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지역이 스스로 동력을 찾고 발전해야 한다”며 “중앙지방협력회의, 이른바 제2국무회의를 정례화해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퍼주기식 저출산대책 ‘NO’… “인구감소 염두 미래전략 설계”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국무회의에서 인구 정책 방향 전환을 강조한 것은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 변화가 경제·노동·국방·교육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흔드는 근본 문제로 판단해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각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때도 모든 부처가 인구 감소를 염두에 두고 정책에 반영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2005년부터 수립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퍼주기식’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보고, 인구 감소에 대한 적응 대책과 대안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인구 위기 대응에 있어 기회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면서 인구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의 전면 개편을 포함해 범부처 차원의 대책을 주문했다”며 “2006년 출범한 저출산위 개편을 시작으로 각계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이른 시일 내 범부처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 방향’을 주제로 현 정부의 인구 정책 전환 방향에 대해 발표했지만, 대통령실은 해당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부대변인은 “(방 차관은) 2021년부터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해 2040년에는 대전시 전체 규모를 넘는 인구(165만명)가 감소할 것이라는 통계청 예측치를 소개했다”며 “저출산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고용 불안, 주거 부담, 출산·육아 부담, 교육 부담, 일가정 양립 등 5대 저출산 요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인구 위기는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는 어려운 문제지만 적어도 우리 정부 임기 내 추세를 돌릴 수 있는 전기를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며 “특히 모든 부처는 정책 추진 시 인구 감소로 인한 성장동력 하락 등 인구 정책의 관점에서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진행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인구 관련 주무부처뿐 아니라 모든 부처가 이를 염두에 둔 정책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업무보고 직후 브리핑에서 ‘이민청’에 대해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민청 신설의 휘발성을 고려해 여론 설득 작업을 거쳐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업무보고 때도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대안 마련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고용부 장관에게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묻고는 부처의 계획이 생산가능인구 감소 폭에 비해 미흡하다고 보고 질책성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섣부른 발표로 무산됐지만, 교육부가 발표했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정책도 생산가능인구를 빨리 늘리기 위한 인구 정책 차원에서 제시됐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인구 정책 관련 방향 전환을 제시하며 구체적 대안을 거론했다. 인수위 기획위원회 산하 ‘인구와 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5월 “저출산을 완화하는 데 집중한 현재의 정책에서 벗어나 인구가 줄어들 것은 염두에 둔 미래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생산가능인구는 2021년부터 2031년까지 12%가 감소하는데 이 경우 세수감소와 인적자원 고령화, 그에 따른 생산성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맞춰 정년연장을 통한 근로인구 확충, 재교육을 통한 생산성 유지, 근로를 유연화시키는 방안 등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새 정부의 인구정책은 지금으로선 추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으로 이민 확대 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선 “우리가 다문화국가 거버넌스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출생률에만 집중해온 인구정책의 한계에는 동의하면서도 인구구조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거·노동시장 등 구조적 문제 개선과 함께 양육지원대책 등 직접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부모 급여 신설, 교사 처우 개선, 아동·청소년 보호 강화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세종 도담동 아이누리 어린이집을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아나바다 시장놀이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마치고 세종 지역 어린이집을 방문해 시간제 보육 실태를 파악하고 돌봄과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했다.

이현미 기자·이정한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