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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더 내고 더 받는' OECD 연금개혁,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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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앞선 유사한 제언에 '표심' 고려해 외면



헤럴드경제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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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언급한 우리나라 공적연금 개혁을 위한 개선방안이 받아들여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거나 의무가입 연령 상한 조정 등 모두 하나같이 필요한 방안들이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설명이다.

28일 OECD가 내놓은 ‘한국 연금제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OECD는 보험료율을 가능한 한 빨리 합리적인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나라의 보험료율은 소득의 9%이다. 독일(18.7%), 일본(17.8%), 영국(25.8%), 미국(13.0%), 노르웨이(22.3%) 등 선진국보다 훨씬 낮다. OECD 국가 평균(18.3%)의 절반이 안 된다.

국민연금 시행 첫해인 1988년 3%에서 시작해 5년마다 3%포인트씩 올랐지만 1998년부터 지금까지 사회적 합의를 하지 못해 24년째 10% 벽을 넘지 못하고 묶여 있다. 하지만 연금개혁 때마다 보험료율을 올리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정치권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방안을 찾지 않고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2018년 4차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을 현행대로(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 유지하면 2057년에 적립기금이 소진되는 것으로 나오자 9%인 보험료율을 즉각 11%로 올리거나 10년간 단계적으로 13.5%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방안을 전문가들이 내놨지만 끝내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

OECD는 만 59세인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도 높여 60세 이후에도 보험료를 지속해서 납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무가입 연령을 65세로 늘리면 가입자가 받는 돈은 약 13% 정도 늘어나 노후소득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OECD 분석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이미 오래 전에 연금개혁 논의 테이블에 올랐던 의제다.

현재 국민연금 의무가입 나이와 연금수령 나이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퇴직 후 연금 수령 나이는 현행 법정 정년(60세)과 같이 애초 60세로 설계됐지만, 1998년 1차 연금개혁 때 재정안정 차원에서 2013년부터 2033년까지 60세에서 5년마다 한 살씩 늦춰져 65세까지 조정되게 바뀌었다. 올해 연금 수령 개시 나이는 62세이다.

하지만 의무가입 나이는 여전히 만 59세에 고정돼 의무가입 종료 후 수급 개시 전까지 가입 공백과 소득 단절이 발생하고 있다. 독일(근로자연금), 스웨덴(NDC 연금), 캐나다(CPP) 등이 연금 가입 상한 연령을 65세 미만이거나 70세 미만으로 수급개시 연령은 65세로 맞춰놓았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이를 바꾸지 못했다.

아울러 OECD는 기준소득월액 상한액을 올려서 보험료를 더 내되, 노후에 연금급여액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준소득월액은 국민연금 보험료 부과기준으로 올해 7월부터 상한액은 월 553만원, 하한액은 월 35만원으로 정해져 2023년 6월까지 1년간 적용된다.

보험료는 기준소득월액에다 보험료율(9%)을 곱해서 매긴다. 월 553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가입자든, 월 1000만원이나 2000만원을 버는 가입자든 현행 연금보험료율(9%)에 따라 같은 보험료(월 553만원×9%=월 49만7700원)를 낸다.

기준소득월액을 놓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기준소득월액은 전체 가입자 평균 소득월액의 최근 3년간 평균액 변동률을 반영해 매년 조금씩 조정되긴 하지만, 거의 해마다 오르는 임금과 물가, 소득수준을 반영하지 못해 다른 공적연금이나 건강보험과 비교해 너무 낮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소득 상한선은 월 856만원이고, 건강보험의 소득 상한선은 1억273만원(직장 평균보수월액의 30배)에 이른다.

이와 함께 은퇴 후 소득 활동을 한다고 연금액을 깎는 것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국민연금엔 퇴직 후 다시 일해 소득이 생기면 그 소득액에 비례해 노령연금(노후에 받는 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을 감액하는 장치가 있는데, ‘재직자 노령연금 제도’가 그것이다. 한 사람에게 ‘과잉 소득’이 가는 걸 막고 재정 안정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1988년 국민연금제도 도입 때부터 시행됐다.

수급자가 기준을 초과하는 소득(임대·사업·근로)이 생기면 연금수령 연도부터 최대 5년간 노령연금액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 금액을 뺀 금액을 지급한다. 연금 삭감 기준선은 일해서 얻은 다른 소득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 소득월액(A값)을 초과할 때다. 노령연금이 적든 많든 상관없이 기준 소득(A값)만 따져서 이를 넘으면 삭감된다. 적게는 10원, 많게는 100만원 넘게 깎인다.

다만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삭감의 상한선은 노령연금의 50%이다. 최대 절반까지만 깎는다는 말이다. 다만, 이런 연금 삭감에 대해서는 은퇴자의 일할 의욕을 꺾고 국민연금의 신뢰를 훼손한다며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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