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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英 감세안에 금융시장 불안 지속…국채금리 5%대로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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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인사 "상당한 통화정책 대응 필요"…'무책임·신뢰상실' 비판도

연합뉴스

영국 파운드화와 미국 달러화 지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영국 정부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와 반대로 대폭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 계획을 내놓자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뛰는 등 영국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재정정책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향후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5% 선을 넘어섰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4.5%까지 상승해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물 국채 금리는 2010년대 초반 유럽 재정위기 당시 취약 국가였던 이탈리아·그리스보다도 높아진 상태다.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 26일 사상 최저인 1.03달러까지 떨어진 뒤 소폭 반등, 한국시간 28일 오후 현재 1.06달러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유로화 가치가 이미 1달러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파운드화 역시 조만간 유로의 전철을 밟아 '1파운드=1달러' 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 상황은 새로 들어선 리즈 트러스 내각이 23일 대폭 감세 중심의 예산안을 내놓고 쿼지 콰텡 재무장관이 25일 추가 감세정책까지 예고하면서 촉발됐다.

특히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물가 상승에 맞서 두 번 연속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바로 다음 날 영국 정부가 문제의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정책당국 간 엇박자가 한층 뚜렷해졌다.

이와 관련해 BOE의 휴 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7일 한 행사에서 정부 예산안과 관련해 상당한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해 "수요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거시경제 전망 상 상당한 영향뿐 아니라 시장에도 중요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또 금리 상승과 파운드화 약세로 소규모 개방경제인 영국에 수입 물가 상승과 대출 부담 증가 등의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보는 한편, 최근의 시장 움직임 때문에 BOE의 물가 안정 작업이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BOE가 통화 긴축을 한층 강화해 현재 2.25%인 기준금리를 내년 5월까지 2001년 이후 최고치인 6.25%로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영국 경제에 대해 "장기채 금리 상승 기조 강화와 통화 약세는 (국가) 신뢰도 상실 상황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개발도상국에서 흔한 현상이라면서, 신용부도스와프(CDS)를 근거로 볼 때 영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가파르게 상승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뢰도를 회복하는 첫 조치는 믿을 수 없는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트러스 총리가 추가 감세 필요성을 얘기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또 미국 단기채 금리가 5%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더 심각하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하는 영국의 단기채 금리는 2년 이내에 7%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영국의 금융위기는 전 세계 금융중심지로서 런던의 생존능력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변동성이 펀더멘털(기초여건)을 훼손하고, 이게 다시 변동성을 키우는 악순환의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래피얼 보스틱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지난 26일 워싱턴포스트(WP)에 영국의 감세 정책으로 세계 경기후퇴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영국의 상황에 대해 "매우 도전적"이라고 CNBC 방송에 말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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