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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마켓뷰] 코스피, 이제 2100선 사수가 관건…킹달러·경기침체 우려에 外資 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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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모르고 오르는 미 달러화 가치와 커져가는 경기 침체 우려에 28일 우리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약 2년 만에 2200선을 내줬는데, 이제는 2100선 방어가 관건이 됐다.

유로화, 파운드화의 약세로 미 달러화의 상대적 강세 압력이 커지고 있는 데다 경기 둔화 리스크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주가지수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치솟는 미 국채 금리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 역시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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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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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장중 한때 3% 넘게 급락…코스닥은 3.5% 떨어져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4.57포인트(2.45%) 급락한 2169.29로 마감했다. 오전 9시 40분 약보합권에 들어오며 2220을 넘기도 했으나, 10시 이후 갑자기 낙폭을 키웠다. 오후 2시 이후에는 2100대 중반까지 떨어지며 3.2%의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의 급락을 이끈 것은 외국인과 국내 기관의 동반 매도세였다. 유가증권시장 현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1502억원을, 국내 기관은 1782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20일부터 7거래일 연속 ‘팔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현물시장에서 총 8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전체 순매도액 가운데 7400억원이 시가총액 1위 업체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외국인의 매물 폭탄이 쏟아지는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5만5800원에서 5만2900원으로 5.2%나 떨어졌다. 삼성전자 투자자들은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6만원선의 탈환을 노렸으나, 이제는 ‘4만전자’로의 귀환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 유가증권시장 현물 시장에서 325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이노텍, 일진머티리얼즈, 삼성SDI, 기아 등을 대량 매수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뿐 아니라 코스닥지수 역시 외국인의 매도세에 밀려 3% 넘게 급락했다. 전 거래일 대비 24.24포인트(3.47%) 내린 673.87로 마감했다.

장 초반 상승하던 코스닥지수는 코스피지수와 마찬가지로 오전 10시 이후 하락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오후 중 한때 668.30까지 내리며 2020년 5월 7일(장중 최저치 658.9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날 하루 동안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은 총 1332억원어치를 팔았다. 반면 국내 기관은 734억원을, 개인은 562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 英 파운드, 유로화 약세에 美 달러화 천정부지…경기 침체 우려도↑

양대 주가지수의 낙폭을 키운 가장 큰 요인은 원·달러 환율의 급등이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8.4원 오른 1439.9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4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환율은 지난 22일 1400원선을 넘으며 13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이제는 1500원을 바라보고 있다.

미 달러화 가치의 고공행진은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의 상대적 약세에 기인한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로화 약세에 더해, 영국의 감세정책 및 영란은행(BOE)의 국채 매각으로 인한 파운드화의 가치 추락이 미 달러화 강세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영국의 리즈 트러스 내각은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2027년까지 450억파운드(약 69조원)를 감세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정부 부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으며, 26일 1파운드의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인 1.03달러로 추락했다. 종전 최저치는 1.05달러(1985년 2월 26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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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 지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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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가치의 급락도 미 달러화의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노르트스트림 천연가스관에서 가스 누출과 폭발이 일어났는데, 러시아가 이에 관계돼있다는 루머가 독일에서 퍼지고 있다”며 “이 같은 안보 이슈 때문에 유로화의 하방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유로의 가치는 0.95달러대까지 내린 상태다.

27일(현지 시각)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덴마크·스웨덴 해양당국은 전날 발트해 해저 노르트스트림2 한 곳과 노르트스트림1 두 곳에서 몇 시간 간격으로 대규모 가스 누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노르트스트림은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이 러시아와 유럽을 연결하기 위해 건설한 가스관이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 역시 미 달러화 강세에 기름을 끼얹으며 주식 투자 심리를 악화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은 당초 올 하반기 아이폰14의 생산을 최대 600만대 더 늘리고자 했으나, 수요가 당초 예상만큼 많지 않아 생산량 증대를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아이폰14의 출시 후 3일 간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며 “치솟는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공포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혼란이 개인용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공행진하는 채권 금리도 주식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를 넘으며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수준으로 회귀했다.

금리 급등, 경기 둔화 우려 확대 등 매크로(거시) 환경이 악화하고 있음에도, 미 연준 인사들은 잇달아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연준이 올해 말 기준금리를 4.5%까지 인상할 것이라며,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동안 ‘비둘기파’로 분류돼온 찰스 에반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 역시 같은 날 연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4.5~4.75%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며,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 역시 고물가 통제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매파적 스탠스에 힘을 보탰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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