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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Q.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왜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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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온 절대치보다 장기평균 대비 편차로

나타내는 것이 더 낫다고 보기 때문이예요.


한겨레

2021년 7월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국립공원에 설치돼 있는 디지털 온도계가 섭씨 56도의 기온이 나타내고 있다. 이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사상 최고 기온은 1913년 관측된 섭씨 56.7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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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2021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11도 높아 파리기후협정의 상승 제한 목표인 1.5도와 0.39도 밖에 차이가 안 났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노아) 산하 국립환경정보센터(NCEI)는 2021년의 세계 연평균기온이 20세기 평균보다 0.84도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를 소개한 기사들입니다. 이런 기사를 읽다보면 ‘그래서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이 얼마였다는 거지?’하는 의문이 들법합니다. 하지만 기사에는 평균기온의 절대값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연구기관들이 언론 보도를 겨냥해 내놓는 발표자료나 보고서에서 이 값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죠.

궁금증을 못 견딘 사람들은 아마 인터넷을 뒤져볼 수 있겠지만, 거기서도 의문을 풀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색창에 ‘2021년 지구 평균온도’를 입력해도 모두 과거 평균온도 대비 얼마 변동했다는 형식의 설명 뿐이니까요. 영문으로 검색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자들은 왜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이 얼마였느냐”고 하는 이 단순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지 않을까요? 왜 특정 년도의 평균기온을 절대값으로 언급하지 않고 과거 평균 대비 변동값으로 에둘러 표현해 우리를 답답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해마다 지구 온도 분석 결과를 내놓는 세계적 연구기관들이 지구 온도를 파악하는 과정부터 알 필요가 있어요. 전 지구 온도 파악의 출발점은 세계기상기구 193개 회원국들이 세계기상통신망(GTS)을 통해 공유하는 관측값인 ‘기상전문’이에요. 문제는 이 기상전문의 관측지점이 전 세계에 고루 분포돼 있지 않다는 것이죠.

한국은 전국 16개 표준관측소의 매일, 매시간 관측값을 올려주고 있지만, 한국보다 땅덩어리가 23배나 넓은 아프리카의 알제리가 제공하는 지상 관측지점은 단 두 곳 뿐이에요. 남극 대륙에서 9월 현재 ‘기상전문’을 올리고 있는 관측소는 20개에 불과해요. 세계 육지 면적이 10분의1을 차지하고, 한국 면적의 140배나 되는 광대한 지역의 관측지점 수가 한국보다 불과 4개 많은 수준이라니 정말 듬성듬성하지요.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이런 수준의 관측값만 가지고 전 지구 온도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구를 가로세로 50~100㎞ 정도 크기의 격자로 나눈 뒤 관측값이 없는 격자는 인공위성 등을 활용해 추정한 값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전체 지구 온도의 밑그림을 그려냅니다. 이런 과정을 알고나면 세계기상기구가 매년 세계기후상태 보고서에서 종합해 소개하는 영국 기상청 해들리센터, 미국의 노아와 항공우주청(NASA·나사), 유럽연합 중기예보센터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일본 기상청 등의 지구 평균기온 분석 결과가 조금씩 다른 것에 대해 혹시 가졌을 수도 있을 의문도 풀릴 것 같습니다. 기후연구기관들마다 이런 분석에 사용하는 분석 도구(수치 모델 프로그램)이 같지 않을 뿐더러 자체 기온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능력에도 차이가 있을 것은 당연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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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상기구(WMO)의 ‘2021년 세계기후상태’ 보고서에 제시된 산업화 이전(1850-1900년) 시기 대비 전지구 연평균 기온차에 대한 6개 전지구 기온 데이터 세트(1850-2021년) 그래프. HadCRUT5는 영국 기상청 해들리센터, NOAAGlobalTemp는 미국 해양대기청, GISTEMP는 미국 항공우주청, ERA5는 유럽 중기예보센터 코페르니쿠스 기후서비스, JRA-55는 일본 기상청, BerkeleyEarth는 미국의 비영리 과학단체 버클리 어스의 분석 결과다. 출처: 영국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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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관측값이 없는 지표면의 빈 격자들만 모두 채워지고 나면 평균 기온값은 바로 계산됩니다. 노아와 같은 기관들은 당연히 이 값을 분석에 활용하고 있지요. 그렇지 않고는 “2021년의 세계 연평균기온이 20세기 평균보다 0.84도 높다”는 발표가 나올 수가 없거든요. 그럼에도 대외적으로는 연 평균기온의 절대값을 제시하는 것을 피하면서 과거 평균치와의 편차 형태로 제시하는 것은, 그것이 실제 기후변화를 더 정확히 반영한다고 보기 때문이예요.

노아는 누리집에서 평균기온을 절대값 대신 과거 평균치와의 편차 형태로 발표하는 이유로 우선 “지구 평균 온도의 절대 추정치는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듭니다. 자료가 희박한 광대한 지역의 온도값을 보정해 넣어야 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편차값이 절대값보다 넓은 지역의 기후변동성을 더 정확하게 묘사하고, 더 의미 있는 지역 사이 비교와 더 정확한 온도 추세 계산을 가능하게 하는 참조틀을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국내 전문가들의 설명도 비슷하답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우리가 지구 전체를 촘촘하게 관측한다고는 하지만 관측하는 거리를 고려하면 그 안에서 변동폭이 굉장히 크고, 많은 공백을 연구기관들이 추정값으로 채워 넣고 있기 때문에 지구 평균온도를 절대값보다 편차값으로 제시하는 것이 더 참값에 접근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우섭 에이펙기후센터 기후분석과장의 설명도 다르지 않아요. 이 과장은 “분석에 관측자료만 넣는게 아니라 관측자료가 없는 많은 지점의 값을 추정해서 넣고 있고, 특히 해양에는 정확한 자료가 많지 않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불확실성이 큰 절대값 평균기온을 밝히는 것은 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특정연도의 지구 평균기온이 실제 얼마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번거롭지만 연구기관에서 자료를 찾아 직접 계산해보는 방법이 있지요. 일단 노아의 누리집을 잘 뒤져보면 1901~2000년 전 지구 평균기온을 13.9도로 제시한 자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노아가 20세기 평균기온 대비 지난해 평균기온 상승폭으로 제시한 0.84도를 더하면 14.74도가 되지요. 바로 이것이 노아가 직접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노아의 자료가 말해주는 지난해 전지구 평균기온인 것이죠.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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