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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 시행 7년째인데…발달장애 ‘맞춤 지원’ 고작 0.6%만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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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6월21일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추모예배에서 한 발달장애인 가족이 기도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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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 핵심 제도로 2016년 도입된 ‘개인별 지원계획’이 시행 6년이 지나도록 유명무실한 상태다.

발달장애인 개인별 지원계획은 당사자·가족이 직접 또는 사회복지공무원 등을 통해 각 지역 발달장애지원센터(센터)에 신청하면 센터가 지자체장 승인을 거쳐 필요한 지원계획을 확정해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국내 장애인 복지가 기관·목적별로 분절돼 있어 개인 특성에 따라 맞춤형 지원이 어려운 문제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28일 <한겨레>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발달장애인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사례는 2018년 1503건, 2019년 1926건, 2020년 1711건, 2021년 1607건, 올해 7월 기준 697건이다. 국내 발달장애인은 25만여명(2021년 기준)인데, 그 중 0.6%만 이 제도를 이용하는 셈이다.

이렇게 제도가 유명무실한 까닭은, 개인별로 필요한 복지를 파악하고 서비스 제공 상황을 점검해야 할 센터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 탓이다. 센터는 주로 지역사회 장애인복지관 프로그램을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연결한다. 그러나 복지 제공 기관이 개인별 지원계획에 따른 센터 요구를 이행할 의무가 없다. 더구나 복지 서비스 자체도 부족한 형편이다. 개인별 지원계획에 따라 미술치료가 결정됐다 하더라도 해당 지역에 서비스 이용 희망자가 너무 많아 기약없는 대기를 해야 한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문제행동 정도가 심한 발달장애인의 경우 기관에서 복지 제공을 거부하기도 한다. 발달장애 당사자나 가족 입장에서는 개인별 지원계획 신청으로 실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고 여길 가능성이 크다.

김미옥 전북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개인별 지원계획에 따라 센터가 복지 프로그램 제공을 요청할 경우, 해당 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실질적 장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센터 요청을 기관이 거절할 경우 이에 대한 사유를 밝히도록 하는 등 실제 지원이 가능하도록 장치를 마련하자는 뜻이다.

지난해까지 개인별 지원계획 신청자 73.3%는 장애인 당사자나 가족이었다. 김기룡 중부대 교수(특수교육과)는 “당사자나 신청을 도와줄 공무원 등에도 제도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신청이 어려운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별 지원계획을 담당하는 센터 인력도 부족하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17개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 개인별 지원팀 인력은 모두 126명으로 그 중 개인별 지원 계획 수립 담당은 75명에 그친다. 75명이 25만여명에 달하는 발달장애인 개인별 맞춤 계획을 짜기는 어렵다. 강선우 의원은 “개인별 지원 계획 내실화를 위해 복지 서비스 연계 강화 등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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