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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中 옌롄커 "65세 되니 창작시간 줄어..쓰고 싶은 소설 쓰는게 노벨문학상보다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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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8일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으로 내한
특별상에는 소설가 장마리 '시베리아의 이방인들'
뉴시스

[서울=뉴시스]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한 옌롄커 작가가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평구청 제공) 2022.09.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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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저는 내년이며 65세가 됩니다. 저에게 남은 창작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그 시간 동안 쓰고 싶은 소설을 쓸 수 있는지는 누가 주석이 되는지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으로 내한한 중국의 옌롄커(64) 작가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나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노벨문학상보다는 "다음 작품을 잘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작가 기자회견에는 올해 본상을 받은 옌롄커 작가와 특별상을 받은 장마리 작가가 참여했다. 문학상은 고(故) 이호철(1932~2016) 작가를 기리며 한국전쟁 이후 국내 냉전체제에서 실향민들의 슬픔과 한반도 분단의 고통을 문학적으로 담아낸 성취를 기리기 위해 은평구에서 지난 2017년 제정한 상이다.

옌롄커 작가는 사회문제 극복을 위해 노력한 작가를 대상으로 한 상에 자신의 소설 '사서'가 선정된 데 대해 "'사서'가 수상작으로 선정돼 특히 기쁘다"며 "이 소설은 나에게 예술적 시도를 했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한 책이다. 소설의 언어, 구조, 서술, 시시포스 신화에 대한 탐색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며 기쁨을 표현했다.

"한국에선 제 책 중 '사서'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많이 읽힌다고 하는데 저는 '사서'를 더 중요한 작품으로 여깁니다. 한국의 독자들도 이 소설을 읽을 때 내용뿐 아니라 서술과 표현, 동서양의 종교에 대해 이해를 하면서 읽어주길 바랍니다."

수상작 '사서'는 중국 문화혁명 시절 공산당 정부의 전체주의 체제가 개인 주체의 개별성을 허물어뜨리는 과정을 그려낸 저항소설이다. 이승렬 선정위원장은 "작가는 국가의 절대적 권력의 폭력성을 폭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개인적인 작은 이야기에 몰두하는 우리의 문학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성찰의 거울"이라는 심사평을 내놨다. 실제로 '사서'는 중국 내에서 금서로 지정돼 출판 금지 처분을 받은 상황이다.

옌롄커는 이에 대해 "출판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 독자가 읽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나에게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마음에 있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느냐"라고 했다. "진정한 작가에게는 마음속에 있는 것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지가 그보다 중요한 문제"라는 설명이다.

또, 옌롄커는 중국의 상황이 한국 대중들이 생각하는 만큼 경직돼 있지 않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고 경직된 것도 아닌 중간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출판 금지가 돼도 독립적으로 출간할 경로가 있고 대만, 홍콩 등에서 출간하면 중국 독자들도 내 작품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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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한 옌롄커 작가가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평구청 제공) 2022.09.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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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 발표되는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관련된 질문도 이어졌다. 옌롄커 작가는 노벨문학상에 대해서는 3차례의 질문 끝에 답변을 내놨다.

"재차 질문을 하니 답하자면 우선 (노벨문학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65세가 된 이후에 그전까지보다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독자들이 읽어본 적 없는 작품을 쓸 것이라고 믿고 있고 그런 야심을 갖고 이 일 외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65세가 되고 이후 창작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긴장감과 압박감은 이 나이가 되기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 겁니다."

창작의 목표로는 중국의 루쉰 작가가 쓴 '아큐정전'을 꼽았다. 그는 "루쉰이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생각한다"며 "그를 능가한 작가는 아직까지 없다"는 입장이다. "아큐정전을 지금까지 10번 넘게 읽었다"는 작가는 "일생동안 아큐정전 같은 작품을 쓰고 '아큐' 같은 인물을 그릴 수 있다면 내 창작 인생은 굉장히 만족스럽고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문학상 수상 작가들은 모두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창작을 이어가는 작가들이다. 두 작가는 이러한 창작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옌롄커 작가는 "작품이 국가나 사회를 변화시키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작가가 처해있는 현실을 진실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장마리 작가도 "사회가 변하리라는 생각은 안 하지만 작가로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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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한 장마리 작가가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평구청 제공) 2022.09.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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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특별상을 수상한 장마리 작가는 수상작 '시베리아의 이방인들'을 통해 시베리아 벌목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는 "전주 한옥마을의 한옥들에서 나무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한국산 소나무와 유사한 나무가 시베리아산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시베리아의 벌목공이 북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작가적 촉각이 발동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문학상의 시상식은 29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한문화체험관에서 진행된다. 상금은 본상에 5000만원, 특별상에 2000만원이 수여된다. 시상식 이후에는 옌롄커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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