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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가 하셰미 체포…“히잡 시위, 이란 정권에 결정적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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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히잡 반대 시위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삭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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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가 12일째를 맞은 히잡 반대 시위를 진압하며 저명한 인권 운동가인 전 대통령의 딸까지 체포했다. 장기화되는 경제난에 보수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겹치며 전국으로 확대된 시위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이란 정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27일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테헤란에서 전 대통령의 딸이자 전 국회의원인 파에제 하셰미(59)가 체포됐다고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셰미는 테헤란 동부 거리에서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보안군에 체포됐다.

정치인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인 파에제 하셰미는 1989~1997년 집권했던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의 딸로 1996년부터 4년간 이란의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7년 숨진 그의 부친은 1979년 이란혁명의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1902~1989)의 최고 보좌관 출신이다. 미국 등과 관계 개선을 주장했던 실용주의적 온건파로 알려져 있다.

체포된 하셰미는 오랜 세월 이란 당국과 맞서왔다. 2012년엔 ‘이슬람 공화국에 대한 흑색선전을 한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고, 올 7월에도 소셜미디어 댓글로 ‘신성모독을 한 혐의’로 이란 사법부에 의해 기소됐다. 하셰미는 지난 4월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미국의 ‘해외 테러조직’ 명단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이란 정부의 주장이 국익에 손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 탈퇴한 이란핵협정(JCPOA)을 되살리려는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이런 요구를 내놓았다. 미국이 이에 난색을 표하며 협상은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하셰미는 이란이 무리한 요구를 접고 서둘러 협정을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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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에제 하셰미.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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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시위가 라이시 대통령뿐 아니라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정치적 지위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경제제재를 부활한 뒤 이란 경제는 뒷걸음질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2016년 8.8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이란 경제는 제재 부활 뒤인 2018년과 2019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최근엔 물가도 급격하게 올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무려 40~50%대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난으로 서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지난해 8월 집권한 보수강경파인 라이시 대통령은 여성들의 복장 단속을 강화하는 등 사회 기강을 잡으려 했다. 그러자 이란 대중들은 가혹한 제재를 가하는 미국과 라이시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촉즉발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잡혀갔다 숨진 마흐사 아미니(22)의 사연이 전해진 것이다.

란즈 알라딘 중동세계문제협의회 선임연구원은 이날 <가디언>에 “아미니의 잔혹한 죽음은 이슬람 공화국을 지탱하는 정치와 이데올로기 체제의 핵심을 찔렀다. 단지 쿠르드족만의 문제가 아닌 훨씬 더 큰 것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이란 출신 망명 언론인 마시 알리네자드도 <로이터> 통신에 “지금 이란 수십개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가 이란 정권에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 될 것”이라며 “베를린 장벽처럼 이란 여성들이 이 벽을 허물 수 있다면 이슬람 공화국은 더 이상 존재하질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는 이날도 이어졌다. 시위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국적 파업을 촉구했다. 일부 시위대는 치안부대와 투석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지지 움직임도 이어졌다. 인도 콜카타,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 등에서 이란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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