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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킹달러 앞 무릎 꿇은 시황제…14년만에 바닥뚫은 中위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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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시장 대혼란 ◆

매일경제

28일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입구에 적어놓은 환전 기준 가격이 아예 공란으로 돼 있다. 달러당 원화값을 비롯한 각국 환율이 요동치며 하루에도 10원 넘게 오르내릴 정도로 변동폭이 크기 때문이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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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이 '킹달러' 충격에 휘청이는 가운데 중국 위안화마저 연일 불안한 흐름을 보여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28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0385위안(0.54%) 올린 7.1107위안으로 고시했다. 9거래일 연속 위안화 가치를 절하한 것이다. 이날 중국 외환시장에서 위안화값은 고시 가격보다 더 떨어져 달러당 7.2458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 26일 선물환에 대한 위험준비금 비율을 0%에서 20%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혀 사실상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수입업체와 개인들이 위안화 약세에 베팅해 대거 달러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28일에도 역레포(역환매조건부 채권) 거래를 통한 공개시장 조작을 실시해 7일물 1330억위안(이율 2.00%), 14일물 670억위안(2.15%) 등 2000억위안(약 39조768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위안화 약세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미국이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돈풀기에 나서고 있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계속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대응하며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중국은 경기 침체를 우려해 오히려 금융 완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와 같은 대출우대금리(LPR)를 기존 3.70%에서 3.65%로 내렸고 이달에는 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를 방치하면서 수출 경기를 부양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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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가치는 이달에만 4% 급락했다.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갈수록 커진 탓이다. 26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2.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22개국 평균인 5.3%보다 낮은 수치로, 중국 성장률이 역내 개발도상국 평균에 비해 낮아지는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WB는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중국의 경제가 피해를 입고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5.5%지만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아진 상태다. 글로벌 경제분석기관의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3.0% 안팎이다. WB와 스위스투자은행 UBS는 2%대를 예상한다. 가장 최근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7일 1~8월 공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고 밝혔다. 1~7월(-1.1%)보다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

다음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강력한 경기 부양을 추진해야 하지만 정치 이슈와 시장 불신으로 여의치 않다. 중국은 강력한 봉쇄 위주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상하이와 청두 등 대도시들이 장기간 봉쇄돼 산업생산이 크게 줄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30% 가까이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 침체도 문제다.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8월 중국 70개 도시의 신규 주택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3% 하락했다. 2015년 8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하락세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재정의 절반 가까이를 국유토지 매각대금으로 충당하는데 주택 경기 침체로 토지 매각이 부진해지고 이는 지방정부의 경기 부양 예산 축소로 이어진다. 지방정부와 금융당국이 잇달아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있지만 아파트 계약자들은 오히려 집값 하락과 건설사 부도를 우려해 담보대출 상환까지 거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금리 인상과 같은 강력한 대응 수단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원화값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원화는 다른 통화보다 중국 위안화와 상관계수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또 중국과 수출 경쟁을 하는 업종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내려가면 원화값 하락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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