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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함부로 못 오는 국가고시센터, 개관 17년 만에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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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처, 경기 과천시 국가고시센터 최초 언론 공개
17종 시험·347과목 출제...9만5,000개 문제은행 보유
삼엄한 경비·철저한 출제 과정 속 환경 열악 어려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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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찾은 경기 과천시 국가고시센터 건물 창문이 자물쇠로 단단하게 잠겨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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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옆. 팻말조차 없는 고즈넉한 길을 따라가자 두꺼운 철문이 나타났다. 문이 열리고 내부로 들어서자 초등학교 분교 수준의 작은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다른 건물들하고는 좀 달랐다. 창문은 어두운 시트지로 가려져 있고, 건물 옥상에는 드론 착륙을 방해하는 그물망까지 있어 언뜻 보기에는 군사 시설을 떠올리게 했다. 삼엄한 경비 속에 '국가고시센터'가 개관 17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군부대 방불케 하는 보안시설...오류 잡기 위한 17단계 출제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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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국가고시센터 전경. 인사혁신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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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고시센터는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중앙∙지방 공무원 시험 출제 기관이다. 문제은행에서 단순 선정만 하던 출제 방식을 대학수학능력시험 같은 '합숙 출제'로 개선하기 위해 2005년 7월 본관이 문을 열었다. 본관과 별관에는 숙소 146실과 시험본부, 식당, 휴게실 등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 매년 국가직 5급과 외교관후보자, 대통령경호처 7급 등 모두 17종·347과목의 시험문제가 출제된다.

최우선 금기 사항이 문제 유출이라 센터는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단 출입구가 방호인력이 상주하는 정문뿐이다. 식당 환풍기조차 이중망으로 막혀 있다. 건물 내∙외부를 감시하는 총 69대 폐쇄회로(CC)TV로 감시되는 상황에서 입소자들은 모든 전자기기를 보관함에 맡기고 전신 수색을 마친 후에야 입실이 가능하다. 시험 종류에 따라 최대 18일의 합숙기간 동안 입소자들은 음식물쓰레기조차 반출할 수 없다. 응급상황이나 상을 당한 경우에만 보안요원과 나갈 수 있다. 조재운 시험출제과 서기관은 "전화기는 인사처로 통하는 '핫라인' 하나뿐"이라면서 "인터넷 접속도 로그인이 제한된 검색실 컴퓨터 5대에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매일 저녁 6시 입소자들의 녹취록을 검사하고, 검색실은 인사처 직원이 동행해야 출입이 가능하다. 무선랜 차단 시스템도 구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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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동행 기자들이 국가고시센터 내부를 탐방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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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 선정 기준도 엄격하다. 1만5,000명 후보군에서 가족∙지인 중 응시자가 없으면서 최근 3년 내 해당과목을 지도하지 않은 사람 중에 뽑는다. 출제위원 중 교수들은 최근 3년간 출제한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선정된 전문가는 △문제은행을 만드는 출제위원 △문제은행에서 시험문제를 선정하는 선정위원 △선정 문제를 검토하는 검토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 명단은 인사처장에게도 보고하지 않고 대외비로 관리된다.

출제 과정은 17단계를 거친다. 다른 과목이나 기출문제와 교차검토를 비롯해 문제 하나를 위해 서적 10만 권을 참고하기도 한다. 실제 이날 확인한 '가상 이의제기' 모의시험 파일에는 '중의적이란 의견이 많았습니다' '동어반복' '삭제' 등 위원들이 빨간 펜으로 적어놓은 메모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조 서기관은 "인사처 측 직원들이 하루에 검토해야 하는 문항 수도 최대 300개에 달한다"면서 "합숙 땐 휴일도 없이 오전 9시에 출근해 새벽 3, 4시에 퇴근하는 게 일상"이라고 말했다.

전문성 강화됐지만 시설 환경 열악해 어려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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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찾은 국가고시센터 내 숙소 모습. 인사혁신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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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력으로 인사처는 법원행정처(0.16%)나 국회사무처(0.18%) 등 타 공공기관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은 문제 오류율(0.06%)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은행에 보관된 문제도 9만5,000개에 달한다. 전문성 때문에 출제를 위탁하는 기관도 늘었다. 이 때문에 센터 총 합숙일은 △2010년 122일에서 △지난해 180일 △올해 207일로 길어졌다. 지난해 센터를 거쳐간 총 인원이 7,551명, 1일 최대 동시 합숙 인원만 268명(국가직 7급)에 달한다. 식사조차 3교대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재정 여건이 넉넉지 않아 위원 위촉에 늘 어려움을 겪는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격무에 시달리면서 받는 일당은 14년 전 책정 금액(32만 원) 그대로다. 생면부지인 2, 3명이 함께 생활하는 것이 불편해 텐트를 가져와 정원에서 생활한 위원도 있었다고 한다. 조 서기관은 "유능한 공직자를 뽑는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크다"면서 "공정한 채용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고시센터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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