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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히잡 거부' 시위, 외부 적과 연계" 주장… 쿠르드족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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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거점에
미사일 공격… 최소 9명 사망
12일째 전국적 시위에 강경 진압 일관
"최소 76명 사망"… 유엔 "무력 사용 우려"
한국일보

27일(현지시간) 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의 이란 대사관 앞에서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니코시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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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간 20대 여성의 의문사가 야기한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날로 확대되자 당국은 더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연일 외부세력 개입을 주장하며, 무력을 써서라도 '폭도'를 소탕할 태세다.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거점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해 최소 9명이 숨졌다.

"시위대, 반혁명 분자와 연관"… "최소 76명 사망"


28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경찰 최고지휘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최근 외부 적과 연계된 폭도들이 특정 사건을 구실 삼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혼란에 빠뜨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은 반혁명 분자들과 적들의 음모에 의한 시위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이며, 질서와 안보를 어지럽히는 시위대에 대해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는 이날로 12일째 계속됐다. 의문사 진상 규명과 히잡 강제에 항의하는 데서 나아가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로 이란 전역에서 불붙었다. 정부는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강제해산하고 참가자들을 무더기로 연행하는 등 강경 진압하고 있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이날 기준 사망자 수가 60명이라고 집계했고,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단체 '이란인권'은 최소 7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된 사람만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니의 의문사를 최초 보도한 현지 일간지 기자 닐루파 하메디가 구금됐고,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의 딸이자 전 국회의원인 파에제 하셰미가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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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테헤란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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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도 소탕 명분으로 쿠르드족 공격


이란 당국은 시위대 소탕을 명분으로 이라크 북부의 쿠드르계 분리독립 조직 거점을 때렸다. IRNA통신은 혁명수비대가 이날 이라크 북부 에르빌과 술레이마니야 인근에 있는 반이란 분리독립 조직 이란쿠르드민주당 기지를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쿠르드 자치정부 보건부는 이날 공습으로 최소 9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들 조직을 테러리스트로 칭하면서 최근 지속된 시위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산 하산자데 혁명수비대 장군은 IRNA에 "최근 폭도들이 단검 등 흉기를 사용했고, 이로 인해 보안군 185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혁명수비대가 쿠르드족을 희생양 삼은 건 시위를 촉발한 아미니가 쿠르드계 이란인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시위의 시발점도 아미니의 고향인 서부 도시 사케즈였다. 이라크와 국경을 접한 이란 서북부 지역에는 쿠르드족 1,000만 명이 살고 있다.

유엔 성명 "무력 사용 중단해야"


시위대와 이란 당국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사상자는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낸 성명에서 "이란 내 시위와 관련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당국은 불필요한 무력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아미니의 죽음에 대해 독립적인 기관에 의한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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