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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러~독 해저가스관서 두차례 폭발…서방, 러시아 소행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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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거쳐 유럽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에서 의도적 공격으로 추정되는 가스 누출 사고가 잇따라 벌어졌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소행을 의심하는 가운데 독일·스웨덴·덴마크 등 관련국들이 조사에 나섰다고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이날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에서 3건의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노르트스트림 2(NS2)에서 먼저 보고됐고, 이튿날 노르트스트림 1(NS1) 2곳에서 발생했다. 사고 지점은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근방이다. 발트해 해저를 관통하는 노르트스트림은 2011년 개통한 NS1과, 지난해 완공한 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동되지 않은 NS2가 있다. NS1도 러시아가 지난달 폐쇄해 가스 수송은 중단됐지만 가스관엔 가스가 남아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스 누출 지역에서 두 차례의 강력한 폭발이 기록됐다. 덴마크 그린란드지질조사국(GEUS)은 로이터에 “지진과는 다르다. 일반적인 폭발에서 나오는 신호”라고 밝혔다. 스웨덴 웁살라대 지진학자들은 “두 번째 폭발의 위력이 100㎏ 이상의 다이너마이트에 해당한다”며 “폭발은 해저가 아닌 수중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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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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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후 다량의 가스가 수면 위로 올라왔으며, 이는 거대한 기포와 함께 ‘표면 교란’을 일으켰다. 덴마크군에 따르면 기포와 파장 등이 일으키는 표면 교란은 반경 1㎞에 달했다. 덴마크 에너지청은 “가스가 유출된 해수면은 메탄으로 가득 차 있다. 배가 들어가면 부력을 잃을 수 있다”며 “가스 배출을 멈추게 하려면 일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벡 장관은 가스 유출이 기반시설에 대한 표적 공격이라며 “자연 발생이나 시설 피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세 번의 누출을 우발적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사고가 아니라 의도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가스관 운영사인 스위스 노르트스트림AG는 “전례 없는 사고”라며 사고 수역 기준 5해리(약 9㎞)에 걸쳐 안전지대를 설정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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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출 사고의 원인과 배후를 놓고 유럽과 러시아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러시아가 개입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으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한 단계 더 고조됐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사고가 러시아의 공격이라는 서방 일각의 주장에 대해 “예상 가능했던 멍청하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러시아는 이번 사고로 가스 공급로를 잃었다. 노르트스트림의 가동 중단은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고 여파로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유럽 천연가스 기준인 네덜란드 TTF 10월물은 한때 메가와트시(MWh)당 208유로(약 28만원)로 전날보다 19.65% 뛰었다. 28일도 200유로 이상에 거래됐다.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은 “NS 1·2 가스 유출은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과 관계없이 올겨울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NYT도 이번 사고로 인해 치솟는 에너지 가격과 연료 부족에 직면한 유럽의 에너지 안보가 더 불확실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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