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불법행위가 만연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노조에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그 내용과 정도가 심해졌다는 것이 건설 업계 얘기다. 얼마 전 건설 업계가 “건설노조의 각종 불법행위로 더 이상 건설업을 할 수 없을 지경까지 와 있다”며 공개한 사례들을 보면 기가 막힌다. 타워크레인이나 철근·골조 같은 대형 공사뿐만 아니라 형틀, 상하수도 등 세부 공사까지 “우리 조합원만 더 뽑으라”고 강요하는 식이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수십명이 집회를 하며 현장 입구를 막거나 심야·새벽 시간에 장송곡을 틀어놓는 등 확성기를 크게 틀어 민원을 유발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또 경미한 위반 사항을 트집 잡아 구청 등에 신고하거나 일부러 장비와 충돌해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끼리 일감을 다투며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생긴다. 이런 ‘조폭식 횡포’가 아직도 통하는 것을 보면 이 나라가 법치국가가 맞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으면서 건설 현장을 무법천지로 만드는 것은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일 것이다. 불법행위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우리를 누가 건드리겠느냐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이다.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는 사업주가 많다는 점도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올 들어 본격적으로 건설 현장 불법 단속에 착수해 채용 강요 관련 7건을 과태료 처분하고, 공정위가 일부 노조에 사업자단체 적용을 시작했지만 아직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법천지를 근절하려면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력한 법 집행을 하는 수밖에 없다. 처벌 수위도 대폭 높여 불법행위를 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휠씬 많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그나마 불법행위가 수그러들기 시작할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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