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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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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 안에 기성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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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월드컵 평가전이 남긴 성과와 숙제

수비형 미드필더 손준호 재발견,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 돋보여

조선일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손준호.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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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대표팀의 공격수 황의조(올림피아코스)는 27일 카메룬전에서 후반 37분 허리를 잡고 쓰러졌다. 교체 투입된 지 10분 만에 물러나야 했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황의조는 “빠르게 뛰다 보니 근육이 많이 올라와 통증이 심해졌다. 잘 치료하면 된다”고 말했다.

만약 다음 달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손흥민(토트넘) 등 주축 선수가 불의의 부상으로 빠지거나, 혹은 끌려가는 경기의 흐름을 바꿀 ‘조커’가 필요한 순간이 오면 대표팀은 어떤 카드를 꺼낼 수 있을까? 팬들은 이번 코스타리카, 카메룬과의 평가전을 통해 이런 의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없었다. 4년째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여전히 자신이 추구하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랜 A에만 매달리는 벤투호

월드컵 개막 전에 해외파를 망라한 정예 멤버가 평가전을 치를 기회는 사실상 없다. “새로운 전술을 시험해 보겠다”고 했던 벤투 감독은 공 점유율을 높이며 공격 전개를 하는 기존 시스템을 고수했다. 그러나 최근 우즈베키스탄에 0대2로 졌던 카메룬을 상대로 1골을 뽑는 데 그쳤다. 특히 전반전 선제골 이후 후반전에는 슈팅 2개에 그쳤고, 유효슈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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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공격 전술이 막힐 경우 내세울 ‘플랜 B’가 보이지 않았다. 작년 3월과 올해 7월 한일전에서 0대3으로 무기력하게 졌을 땐 ‘해외파가 출전하지 않았다’고 위안을 삼았던 팬들에겐 아쉬운 장면이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플랜 B를 준비할 시기가 있었는데, 이젠 너무 늦었다. 지금까지 해 온 준비를 바탕으로 최상의 플랜 A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팬들은 한국이 50여 일 후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월드컵 본선 H조에서 싸울 때 플랜 A가 통하기만을 바라야 한다.

◇1년 6개월 만에 온 이강인은 벤치

27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을 메운 5만9000여 관중 중 상당수가 이강인(마요르카)의 이름을 불렀다. 이번 시즌 스페인 라 리가에서 1골 3도움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이강인은 1년 6개월 만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끝까지 그를 출전시키지 않은 벤투 감독은 경기 후 “귀가 두 개라 (이강인을 연호하는 목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기존 대표팀 붙박이 멤버들에게 “외부의 자극에 신경 쓰지 말고 나만 따라오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듯한 분위기다. 실제로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에 대해 현 대표팀 선수들은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고 알려졌다. 주장 손흥민이 “강인이만 경기를 못 뛴 게 아니다. 강인이만을 위한 팀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수비의 허를 찌르는 이강인의 창의적인 패스 재능은 제대로 테스트하지 않았다. 그의 잣대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이강인의 활동량이 떨어진다. 권창훈(김천 상무)과 나상호(FC 서울) 등에게 출전 기회를 비교적 자주 주며 테스트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약점 노출한 측면 수비도 불안

대표팀은 월드컵 예선부터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할 때 종종 허점을 보이곤 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선 측면을 공략당하며 2실점했고, 카메룬전에서도 오른쪽에서 실점 위기를 맞았다. 윤종규(FC서울)는 공격이 인상적이었던 반면 수비에선 흔들렸다. 김문환(전북)은 수비가 안정적인 대신 공격 가담이 활발하지 않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손준호(산둥 타이산)의 가능성을 발견한 점은 소득이었다. 전방으로 한 번에 내주는 패스가 돋보였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공격을 진행하는 모습에서 예전 기성용이 보였다”고 평가했다. 2경기 연속골을 넣은 손흥민, 왼쪽 날개 공격수 황희찬(울버햄프턴), 수비의 핵 김민재(나폴리)는 벤투호의 ‘상수(常數)’임을 재확인했다.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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