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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주식·채권 '사상 최악의 해'…금통위 '빅스텝'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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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잇따른 금리 인상 행렬…국채 수익률↑, 주식 하방 압력↑

'킹달러' 심화…韓 금통위, 경기둔화 부작용 우려에 빅스텝 고심

뉴스1

2022.1.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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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높은 물가와 전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광범위하고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겹쳐 채권과 주식시장 모두는 올해 사상 최악의 해를 맞았다.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면서 국채 수익률은 더욱 상승할 것이며 주식에 대한 하방 압력 역시 계속될 것이다."

영국의 싱크탱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내놓은 암울한 전망이다. 무려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에 놀란 미국이 예상보다 더욱 빠르고 강하게 기준금리 인상을 밀어붙이자 전 세계는 신흥국과 선진국을 막론하고 미국을 따라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는 전 세계 통화 긴축의 거친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효과를 우려해 금리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왔던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도 이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p) 인상)이라는 고육책을 고민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29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물가상승률이 전 세계 국가들의 목표치를 훌쩍 웃돌자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대폭 올려 대응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300bp 올렸으며 연말까지 125bp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 중앙은행 역시 올해 300bp 인상을 단행했다.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210bp, 유럽중앙은행은 7월부터 125bp, 호주 중앙은행은 5월부터 225bp를 각각 올렸다.

자본 이탈을 우려해 쫓기듯 금리를 올려야 하는 신흥국도 아닌, 선진국조차 금리 인상을 서두를 정도로 통화 긴축이 급물살을 타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는 곧 채권과 주식시장 모두에 짙은 어둠을 몰고 왔다. 올해 들어 미국 국채는 '블룸버그 미 국채지수'(Bloomberg U.S. Treasury Index) 기준으로 12.5% 하락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1974년 이후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주요 지수인 S&P500도 올해 들어 23.3% 떨어졌다. 이는 2008년 이후 최악의 손실이라는 분석이다.

관건은 전 세계를 고통스러운 통화 긴축으로 몰아가는 미국이 앞으로 얼마나 더 기준금리를 올릴지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보면, 위원들은 2022년말까지 기준금리(중간값)가 4.4%로 상승한 뒤, 2023년말 4.6%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기준금리를 내릴 계획이 없다는 의미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행렬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국채 수익률은 더 상승하고, 주식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매도에 따른 반등 가능성만이 채권·주식시장의 '오아시스'처럼 기대될 뿐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번달 들어 국채와 주식 매도가 가속화하면서 상대강도지수(RSI) 상에서 시장 대부분이 과매도 구간에 빠졌다"며 "이를 감안하면 채권·주식 시장이 계속 약세를 유지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한방향으로의 일방적인 움직임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들어 주식과 채권이 폭락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경기침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에 더해 최근에는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감세 정책이 준기축통화인 파운드화 폭락을 불러와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을 심화시켰다.

뉴스1

2022.9.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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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데이터 전문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로화, 일본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비한 미 달러의 평균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114대로 올라섰다. 중국 위안화 환율은 2008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7.2위안을 넘었고, 일본의 엔화 환율도 달러당 144엔을 돌파했다. 달러·원 환율 역시 13년 만에 장중 1440원을 넘겼다.

당초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00%까지 올리는 선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지으려 했던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로선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맞닥뜨렸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3.00~3.25%로 올해 연말까지 1.25%p 추가 인상 시 4.25~4.50%로 오른다. 금통위의 기존 계획대로라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연말까지 1.25~1.50%p로 크게 벌어진다.

이에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1.50%p의 한·미 기준금리 격차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느냐는 질의가 나왔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다른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도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어서 상황이 다르며, 경상수지 등의 변수도 동시에 봐야하기 때문에 어느 한 숫자로 어느 격차가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언급대로 전 세계 채권·주식시장은 단순히 각국의 기준금리 격차만 감안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외화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차익과 경제여건 역시 채권·주식시장 투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 세계적인 통화 긴축의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진만큼 다음달 12일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앞둔 금통위의 고민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만 감안하면 빅스텝을 단행해야겠으나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그만큼 경기 둔화의 부작용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통위가 2주 남아 있고 현재 달러 강세뿐만 아니라 엔화와 위안화가 같이 절하되고 있다"며 "이를 종합적으로 봐서 금통위원들과 그 영향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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