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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로봇이 온다

[줌인]퀄컴·애플에서 온 통신전문가…LG전자 로봇에 ‘혁신’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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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물류창고에 로봇 활용 솔루션 개발

군집제어기술 활용해 로봇 충돌 막아

"없으면 불필요한 것 찾아야..쉐프봇 중요"

"관습에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로 혁신해야"

[이데일리 김상윤 김응열 기자] CJ대한통운의 대형 물류거점인 메가허브 곤지암. 다른 물류창고와 달리 물류 로봇이 물건을 싣고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좁은 복도다 보니 서로 충돌이 이뤄질 것 같지만, T자형으로 빈 공간에 잠시 비켰다가 다시 목적지로 알아서 간다. 마치 골목길에서 만난 자동차가 서로 피하는 모습과 같다.

간단한 기술인 것 같지만, 여기에는 꽤 복잡한 기술이 들어가 있다. 군집제어기술(FMS). 로봇의 각종 센서와 라이더에서 받은 정보를 중앙통제시스템에서 받아 알고리즘에 따라 제어하는 방식이다. CJ대한통운은 두달간 물류로봇을 활용하면서 생산성을 상당히 향상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좁은 창고에 군집제어기술을 적용한 것은 LG전자가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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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LG전자 ICT기술센터 로봇선행연구소 연구위원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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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회장은 미래먹거리로 로봇을 점찍고 지난 2017년 LG전자 로봇선행연구소를 설립했다. LG전자는 최근 차세대 물류 로봇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등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군집제어기술을 개발한 김영재 ICT기술센터 로봇선행연구소 연구위원을 27일 만났다. 그는 퀄컴, 애플에서 10년간 일한 글로벌 통신전문가이지만, 2019년 1월 LG전자로 오면서 로봇전문가로 직업을 바꿨다. 그의 전문인 통신기술을 로봇의 이동 경로를 만드는 신호처리 분야에 응용했다.

김 위원은 “수많은 로봇이 이동하다 보면 데드락(교착상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풀어주는 기술이 중요하다”면서 “퀄컴과 애플에서 익혔던 통신기술을 활용해 로봇이 알아서 장애물이나 타 로봇을 피해 목적지로 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초에 로봇을 고려해 물류창고를 만들면 통로를 넓게 만들면 되지만, 대다수는 이미 있는 물류창고에 로봇을 설치해야 한다”면서 “여기에 작업자들이 놓아둔 상품을 피해 가야 하는데 이 모든 케이스를 중앙통제시스템에서 제어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국내 수많은 물류창고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군집제어 툴을 상용화한 셈이다. 이미 국내 식당에서도 3~4개 로봇이 서빙을 하고 있다. 대형 식당에서는 수많은 서빙 로봇이 많이 필요한데, 앞으로 LG전자의 FMS기술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LG전자는 서빙로봇, 배송로봇, 안내로봇 등을 출시하면서 로봇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여전히 로봇의 미래는 멀다. 로봇을 만들더라도 사람이 일할 때에 비해 효율이 날 때 실제 상용화가 가능하다. 우리 실생활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로봇은 무엇일까. 김 위원은 “한번 로봇을 써보고 없을 때 불편해지는 것을 찾아야 한다. 사견으로는 쉐프(조리)로봇이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치킨집에서 반복적으로 치킨을 만드는 로봇 등을 개발한다면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160여명 규모의 로봇선행연구소에 스티브 잡스가 실리콘 밸리 전체에 심고 간 ‘해적정신(Pirate Spirit)’을 심고 있다. 고정관념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무법적이고 자유롭게 사고해야 세상을 깜짝 놀랄 만한 혁신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해군은 큰배를 타고 다니니 전복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고, 선원들은 배 안에서 안정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데 힘을 쓰는 반면, 해적은 작은 배를 타고 다니니 잘못되면 전복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안정적으로 배가 가도록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고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없애고, 직급과 상관없이 스스로를 드러내고 토론하며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집중할 때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LG전자에서도 혁신적인 제품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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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위원은 LG전자에 ‘해적정신’을 심고 있다.


▶김영재 연구위원은..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사 △스탠포드 대학 전기공학 석·박사 △퀄컴 시니어 엔지니어 △애플 시니어 시스템 엔지니어 △벨로다인 라이다 수석 엔지니어 △LG전자 로봇선행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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