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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OK!제보] 물·밥·배터리를 달라…공사비 갈등에 31일째 고공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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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대표 21층 타워크레인서 사투

열흘간 음식 전달 안돼 건강 우려

노동청·언론사 제보 막으려 배터리 안줘

연합뉴스

건설사 하청업체 대표가 농성 중인 타워크레인
제보자 B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부산의 한 중소기업 대표가 공사대금 지급을 요청하며 21층 높이의 타워크레인에서 31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중소기업 대표 A씨는 29일 현재 열흘 이상 음식과 휴대전화용 보조배터리를 전달받지 못해 통신이 두절되고 기력이 크게 쇠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2월부터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D 건설사에서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하는 하청업체 대표인 A씨는 공사가 4개월 지연되면서 자잿값과 물류비가 늘어나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D 사와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 6월 공사계약이 해지되자 농성을 시작했다. 추가 공사비는 수십억원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한 달여 간 남부지방을 강타한 힌남노와 난마돌 등의 태풍을 50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서 온몸으로 맞으며 버텨왔다.

그의 아내인 B씨는 "남편이 지난 22일 식사를 한번 가지고 간 것을 제외하면 18일부터 지금까지 10일 이상 식사를 전달받지 못했다. 기력이 떨어진 남편이 식사가 전달되는 16층 도르래까지 이동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남편의 건강이 제일 걱정되기 때문에 통화라도 하고 싶은데 D 사가 배터리를 전달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어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B씨는 또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4대 보험에서 압류가 들어왔으며 아파트도 자재업체에 의해 압류됐다. 남편은 공사비를 달라고 D 사에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 남편은 더는 견딜 수 없어 목숨을 걸고 타워크레인에 올라갔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기력이 떨어져 앉아 있는 것도 힘들고 어지럼증에 몸살까지 겹쳤으나 속이 허해 약도 먹지 못하고 있다고 그의 가족들이 전했다. 그는 또 먹은 것이 많지 않아 대소변도 거의 보지 못했다고 한다.

연합뉴스

건설사 하청업체 대표가 농성 중인 타워크레인
제보자 B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 건설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A씨의 추가 공사대금 요구가 과도해 타협점을 찾던 중 A씨가 공사를 중단해 하청계약을 해지했다면서 A씨의 안전을 위해 경찰, 소방당국 등과 협의하고 있으며 매일 드론을 띄워 타워크레인 안에 있는 A씨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A씨가 식사를 가져가지 않고 있지만, 초코파이나 연양갱 등 비상식량을 먹고 있으며 거동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배터리를 주지 않는 이유는 A씨가 휴대전화로 공사 현장을 찍어 노동청, 언론사 등에 제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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