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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러 동원령 발표 일주일…대상 남성들, 부모·아내·자식 남기고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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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한 지지자 혹은 조용한 반대자 특히 많이 탈출해

뉴스1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부분 징집령을 피해 출국한 러시아 인들이 카자흐스탄 우랄의 기차역 광장에 도착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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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러시아의 예비군 대상 부분 동원령 발령 뒤 러시아 남성들은 징집을 피하기 위해 집도 가족도 돈도 버리고 해외로 도주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에 냉담한 지지자 혹은 조용한 반대자였던 많은 러시아인들이 탈출 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 더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령한 이후 거의 10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카자흐스탄에 입국했다. 또 징집을 피해 튀르키예(터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조지아, 우즈베키스탄 등 주변국으로 빠져나가는 시민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일 최소 1만 명이 조지아로 건너가고 있고 이는 동원령 전, 이동 인원의 두 배인 것으로 현지 당국은 추산했다.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는 지난 21~24일 나흘간 해외로 빠져나간 러시아인이 26만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탈출 행렬에 동참한 42세 러시아 건설 노동자의 사연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로 징집돼 전쟁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4일간 두 나라를 건너 튀르키예로 넘어갔다. 지난 며칠간 너무 많은 돈을 항공권에 쓴 탓에 어디에 뭘 썼는지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는 “지금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중요한 건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공항 입국장에 앉아 땅콩을 집어먹으며 취재진에게 공허한 눈빛과 함께 말했다.

이렇게 42세 노동자처럼 수천명의 러시아인들이 향한 곳은 튀르키예다. 망명자들의 허브로 등극한 튀르키예로 항하는 항공편을 구하기 위해 일부는 수천 달러를 지불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 참여자는 “정부를 지지하지 않지만 상황을 바꾸기 위해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며 “만약 러시아 정부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반대하는 글을 쓴다면 감옥에 갇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탄불에 도착한 32세 다른 남성은 아내와 1살 난 아들만 두고 러시아를 떠났다. 그는 “물론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러시아는 현재 자신의 이웃과 친구들을 모두 소집했는데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사람들을 죽일 수 없었다”고 떠난 이유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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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에 따라 징집된 예비군들이 작별식에서 주민들이 울먹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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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모두는 러시아에 남겨둔 자신의 부모님과 가족, 자식 등을 걱정하면서도 전쟁에 동원될 수는 없다는 단호한 태도였다.

또 다른 망명 허브인 카자흐스탄도 호텔과 임대아파트가 예약이 꽉 찼다. 현지 조사전문기자인 루크판 아흐메디아로프는 “도시에는 수천 명의 군인 연령의 러시아 청년들이 휴대폰을 손에 들고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은 모두 혼란스럽고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며 자신을 위해 매우 에상치 못한 일을 한 사람들처럼 보이고 그들은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듯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이 중앙역 근처에 환영 텐트를 치고 새로 도착한 러시아인들에게 유심카드, 식사, 물, 따뜻한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현재 밤새 문을 연 몇몇 지역 카페들은 러시아인들이 갈 곳이 없으면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쉽게 떠날 수 있던 것만은 아니다. 33세의 한 영화 제작자는 러시아 경제가 악화되고 분쟁 위협이 대두되면서 자신과 아내는 전쟁 전에 러시아를 탈출하자고 결정했다.

부부는 예술가들을 위한 탤런트 비자로 미국 여행을 신청하는 절차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러시아를 떠나지 못했다.

물론 영화 감독은 동원 예정된 사람은 아니지만 그는 “러시아는 잡을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데려갈 것”이라며 “만약 러시아에서 자신의 사업이나 경력을 구하고자 한다면 사라졌다. 당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동원발표가 나던 당일 러시아를 떠난 기술자 세르게이(26)는 “우리 정부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난 동원령이 시행되지 않기를 바랐다”며 “러시아에 있는 내 친구들 중 아무도 선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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