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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논단] 커지는 세계전쟁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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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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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 예비군 30만 명을 소집하는 군 동원령을 발표했다. 러시아가 군 동원령을 발동한 것은 2차 세계대전 후 처음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북동부 하르키우 영토 일부를 탈환하면서 러시아가 수세에 몰린 후이며 지난 15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에서 푸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한 직후이다. 이번에 소집되는 30만명은 군무, 전투경험, 특수한 군사기술을 보유한 예비군이다. 그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군사작전’으로 지칭하고, 지원병과 용병 등을 통해 병력을 조달해왔다.

한편 우크라이나 내 분리주의 지역 및 러시아군 점령지 4곳(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은 이달 23부터 27일 사이에 러시아와의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합병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와서, 러시아 의회가 합병 법안을 통과하고 푸틴이 서명하면 즉시 발효된다. 국제적으로 효과가 없더라도 러시아는 그렇게 주장한다. 러시아 영토는 10만km², 인구는 약 500만명이 늘어난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러시아는 합병 후 우크라이나가 4개지역에서 전면 철수하지 않으면 공식적으로 선전포고를 할 것이다. 합병지역이 러시아 영토가 되고 그 지역주민들이 러시아 국민이 되면, 이곳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이 된다. 특수군사작전은 끝나고 러시아가 당사자가 된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지휘부 제거를 시도하고 전력망, 교통시설, 통신망 등 주요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대대적 공격을 할 것이다. 오데사 같은 지역을 추가로 노릴 수 있다.

합병과 동원령으로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간 직접적인 군사 대결의 위험이 높아졌다. 미국과 나토는 그 동안 우크라이나에게 무기 등을 지원해왔다. 러시아가 당사국인 전쟁에서 미국과 나토가 직접 충돌하면 세계 대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밖으로 전쟁지역이 넓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푸틴 대통령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허풍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메드베데프도 전략핵무기를 포함한 러시아 무기를 돈바스 등 새롭게 러시아 영토에 합병된 지역 방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러시아가 곤경에 처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찰스 리차드 미 전략사령부 사령관은 미 국방부는 러시아의 핵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로 향하면서 러시아는 에너지 비용증가와 가스공급 축소로 유럽의 고통이 더 클 것이라고 본다. 유럽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결의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본다. 공세 수위를 높여서 서방을 제압하려 한다. 중국, 인도 및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협상의 문은 사실상 닫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렁에 빠지는 걸 피하려 한다. 이제 공은 서방측에 넘어갔다. 미국과 나토는 이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지, 어느 정도로 할지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순간을 볼지도 모른다. 자칫 파멸적 핵전쟁을 겪을 지도 모른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국제정세의 흐름을 깊이 주시해야 할 것이다.

김동기 ‘지정학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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