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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영란은행, 급한 불 껐지만...금융혼란 장기화 ‘불씨’는 여전 [혼돈의 글로벌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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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일단 안도

13일간 하루 50억파운드씩

101조원어치 英국채 긴급 매입

양적긴축 개시 시점도 한달 늦춰

한미 증시 오르고 환율 다소 진정

英트러스 내각 “감세 정책은 옳다”

전문가 “단기처방...혼란 진행형”

헤럴드경제

영국 런던에 자리 잡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모습.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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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중앙은행으로 꼽히는 영국의 영란은행(BOE)이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내각의 대규모 감세 정책발(發) 대혼란에 빠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긴급 대규모 국채 매입’이라는 처방전을 28일(현지시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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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이 영란은행의 수습책에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국제 금융시장의 영향력에 민감한 국내 시장 역시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5.4원 내린 1424.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코스피 역시 장 초반 상승하며 하루 만에 2200선을 회복했다.

다만, 영란은행의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트러스 영국 내각이 글로벌 금융 시장을 혼란으로 내몬 대규모 감세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불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란은행, 양적긴축 시점도 한 달 연기=영란은행은 28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0월 14일까지 장기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란은행이 국채를 하루 50억파운드(7조7583억원)씩 총 650억파운드(약 101조원) 어치를 매입한다고 보도했다.

영란은행은 지난주 발표한 양적긴축(QT·시중의 유동자금을 줄이는 정책) 계획 역시 시행 시점을 연기했다. 영란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사들인 국채를 다음 주부터 처분하려 했지만, 이 일정을 10월 말로 약 한 달 연기했다.

영국 언론들은 영란은행이 이처럼 긴급하게 시장에 개입한 이유가 금리 급등에 따른 연기금 지급 불능 사태가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채권시장 변동성이 갑자기 너무 커지면서 연기금이 갖고 있던 금리 파생상품에 문제가 생기는 조짐이 나온 것이다.

이미 주요 금융기관들은 금리 급변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를 줄줄이 중단한 상태다.

▶英 국채 금리 역대 최대 하락...韓美 증시 동반 상승=시장은 영란은행이 내놓은 긴급 대책에 우선 안도하는 분위기다.

영란은행의 발표 후 금리는 급격히 하락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5%가 넘으며 2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지만 바로 1%포인트가 떨어졌다. 이는 하루 하락 폭 기준 역대 최대다.

파운드화의 미 달러화 대비 환율은 1.0560달러로 1.6% 내렸지만 도로 회복했다.

영국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자 이를 주시하던 미국 뉴욕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2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48.75포인드(1.88%) 오른 29,683.74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71.75포인트(1.97%) 상승한 3,719.04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22.13포인트(2.05%) 오른 11,051.64로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개장 전 2008년 이후 처음으로 4%를 돌파하며 금융시장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 했지만, 이날 0.2%가량 하락하며 3.73%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내 시장도 영란은행의 조치를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29일 오전 10시 현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6.40(0.44%)원 내린 달러당 1,433.6원이다. 같은 시간 코스피도 전장 대비 35.07(1.62%) 오른 2,204.36을 기록 중이며, 코스닥 역시 전장 대비 17.60(2.61%) 오른 691.47에 거래 중이다.

▶트러스 내각 “감세 정책 철회는 없다”=다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영국발(發) 금융시장 혼란이 ‘현재진행형’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금융 시장 혼란을 불러온 정책을 바꿀 마음이 없다는 점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을 만난 주요 금융기관 인사들은 트러스 내각이 하루속히 시장 안정 조치를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11월 23일에야 중기 재정 계획과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의 성장·국가부채 전망을 내놓겠다는 데서 일정을 앞당기라는 것이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압박도 거세졌다. 키어 스타머 대표 노동당 대표는 “트러스 총리가 영국 경제에 위험요인”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우며 450억파운드(약 70조원) 규모의 감세 계획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영국 정부에 감세 계획 철회 등 정책 변경을 촉구하며 이례적으로 주요 7개국(G7) 회원국의 정책에 조언을 했다.

여당인 보수당 내부에서까지 콰텡 장관 사임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전면에 나서 문제 해결에 ‘올인’하지 않는 트러스 총리를 향한 비판 수위 역시 점차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감세 정책에 ‘유턴’은 없으며, 콰텡 장관 역시 사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앤드루 그리피스 재무부 부장관은 “정부의 감세 정책은 옳고, 경제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영란은행의 대책은 단기적 처방전일 뿐”이라며 “장기적으로 영국 정부의 신뢰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닌 만큼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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