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IT과학칼럼] 해양문명을 돌아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바다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선사시대 인류는 바닷가에서 조개를 잡아 식량으로 이용했다. 그때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가 쌓여 패총이라고 하는 조개더미, 조개무지 유적으로 남아있다. 배 타고 힘들게 사냥이나 낚시해야 하는 해양 동물보다는 별다른 기술 없이 바닷가에서 줍기만 하면 되는 조개가 좋은 먹거리였을 터이다. 조개껍데기뿐만 아니라 당시 생활하면서 사용했던 유물이 함께 남아있어, 패총은 인류 선사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타임캡슐이다.




때론 강한 바람과 풍랑으로 위험하기는 하지만, 바닷길은 많은 양의 화물을 효율적으로 운반할 수 있는 고속도로다. 고대로부터 인류는 배를 만들어 사람과 물자 이동에 요긴하게 사용했다. 선박이 물류에 중요한 몫을 담당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북쪽이 휴전선으로 막혀있어, 섬 아닌 섬나라가 돼버렸다. 우리나라 산업에서 해운 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중요하다. 물동량의 99% 이상이 배를 통해 들고난다.

인류 문명은 모두 바다로 흘러드는 큰 강가에서 싹텄다. 우리는 물 없이 하루도 생활할 수 없다. 그 물의 근본을 제공하는 중요한 곳이 바로 바다다.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구름을 만들고, 육지에 비를 내린다. 비는 다시 바다로 흘러들고, 바다에서 다시 물이 증발하는 ‘물의 순환 과정’을 통해 인간은 사용 가능한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 이 물이 인류의 문명을 키워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바다는 지구 표면적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물의 행성 수구다. 지구상에 있는 물 가운데 97.2%는 짠 바닷물이다. 나머지 2.8%의 민물도 대부분 극지방이나 고산지대에 얼음으로 존재하고, 고작 0.65%만이 우리가 활용 가능한 지하수, 호수와 하천수다. 이마저도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물은 극히 일부분이다. 어림잡아 세계 인구의 3분의 2는 물 부족으로 힘들어한다.

바다는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인류 문명을 꽃피울 수 있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소설, 시, 음악, 미술, 영화, 드라마 등의 소재로 문화의 향기를 풍기기도 한다. 약 150여년 전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쓴 ‘해저2만리’는 어렸을 적 바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내가 평생 해양과학자로서의 삶을 보내게 된 계기 중 하나였다. 문명과 문화를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융·복합 시대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은 위기의 순간 힘찬 고래의 모습에서 해결책을 떠올린다. 바다에서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해양헬스케어라는 새로운 분야가 요즘 뜨고 있다.

타이타닉, 아바타 등을 만든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물의 길’이라는 아바타 후속편을 이번 연말 개봉한다. 그는 2012년 심해유인잠수정을 타고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해구를 직접 다녀왔다. 심해가 배경인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이었다. 현대 해양과학기술로 만든 심해유인잠수정을 타고 심해 탐사를 한 후, ‘신 해저2만리’를 발표할 또 다른 쥘 베른을 기대해본다. 그 안에는 분명 과학자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인문학적 상상력이 담겨 있으리라.

15~16세기에는 범선을 이용해 지리상 발견이 활발했던 2차원적인 대항해 시대였다. 당시 깊은 바다는 꿈도 꾸지 못했다. 해양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가장 깊은 바다까지 내려갈 수 있는 지금, 인류의 문명을 바꿀 3차원 대항해 시대가 열리고 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nbgkoo@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