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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IRA 배터리 조건 美기업도 못 맞춰…생산기반 조기 구축·공급망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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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산업연구원, 'IRA의 국내 산업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 발표
"IRA 자동차 산업 영향 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이차전지 산업, 중장기적으로 기회 요인 될 가능성 있어"
"현대기아 신공장 가동시점 앞당기고 공급망 다변화해야"
"원료 광산 개발 기업 혼자 어려워…정부 지원 강화해야"
뉴시스

[서울=뉴시스]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아이오닉 5 생산라인.(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2.5.18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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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김성진 기자 =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로 인해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기업의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 내 외국기업도 IRA가 요구하는 배터리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당장 IRA로 인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피해가 크지만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기반 구축을 앞당기고, 배터리 원료·소재·부품 공급망을 다변화하면 중장기적으로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연구원은 29일 'IRA의 국내 산업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IRA 발효가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칠 중장기적 영향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차전지 산업도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앞서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IRA는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조립되지 않는 전기차에 대해 세제 혜택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IRA가 서명 즉시 발효됨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은 즉시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경쟁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게 됐다.

IRA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북미 내 최종조립뿐만 아니라, 일정 비율 이상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한 국가에서 배터리 광물을 조달해야 하고, 배터리 부품도 일정 비율 이상 북미산을 사용해야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조건도 까다로워진다.

IRA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조항(Section 13401)에 따르면 배터리 광물 조달 비중은 2023년까지 40%, 2027년까지 80%로 높여야 하며, 배터리 부품의 북미산 비율은 2023년까지 50%, 2029년까지 100%로 상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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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의 내용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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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아이오닉5, EV6 등이 최근 호평을 받으며 현대·기아차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4.7%에서 9.1%까지 올라 테슬라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IRA 발효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올 하반기부터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개조 또는 증설해 GV70 전기차 일부를 현지 생산할 예정이나 그 물량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며 "신공장 가동 시점인 2025년 이전까지는 현대·기아차가 판매하는 전기차 대부분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다만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이나, 중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내년부터 시작돼 점차 강화될 배터리 관련 규정들은 국내는 물론 외국기업들도 충족시키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연료인 흑연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82%에 달하고 천연 흑연 정제는 전량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리튬 역시 미국과 FTA를 체결한 호주, 칠레에서 주로 생산되지만, 정제는 미국과 FTA 미체결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 부품 조건 역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충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 세계 배터리 셀의 75%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고,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또한 세계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가 60%가 넘는 실정이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미국 내 전기 차 생산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지, IRA 배터리 규정에 부합하는 이차전지 공급망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구축할지 여부에 따라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 유지 및 시장 점유율 방어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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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과 회담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2.09.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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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특히 국내 이차전지 산업과 관련해 IRA가 단기적으로는 일부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파나소닉의 테슬라 배터리 공급으로 일본(80%)이 가장 높고, 이어 한국(11%), 중국(7%), 미국(2%) 순으로 추정된다.

다만 보고서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최근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의 미국 생산 기반 확대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5년에는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합산 점유율이 56.4%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홀랜드와 오하이오에 독자 공장을 운영 중이며, GM과 합작으로 오하이오(2022년 하반기 목표), 테네시(2023년 하반기), 미시간(2025년 상반기)에, 스텔란티스와 공동으로 캐나다 온타리오(2024년 상반기)에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SK온은 현재 가동 중인 조지아 공장에 이어 추가로 조지아 2공장(2023년 목표)을 증설 중이며, 포드와 합작으로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켄터키와 테네시 2곳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 SDI는 현재 북미지역에 가동 중인 공장은 없으나 최근 스텔란티스와 공동으로 배터리 공장(2025년 목표)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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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2.09.22. yes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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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핵심 광물 조건 충족에 어려움을 지적하면서도 "국내 기업의 북미지역 생산 기반 확대 추세가 규모와 속도 양면에서 모두 일본, 중국 등 경쟁국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내 제조 기반을 갖고 있는 완성차 업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볼 때 IRA 발효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이차전지산업에 악재보다는 수혜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IRA 발효 이후 미국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의 배제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내 우월적 지위가 더욱 공고해지는 등 반사이익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끝으로 "일각에서는 IRA를 중간선거용이라고 평가 절하하나 기후변화 대응 강화, 중국 견제,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 등의 정책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라며 "현대·기아차의 신공장 가동 시점을 기존에 계획한 2025년에서 최대한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터리와 관련해서는 "현 시점에서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배터리 원료 및 소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신규 광산 개발, 투자는 고도의 리스크가 수반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기업 혼자의 힘만으로는 성공 확률이 낮다"며 "금융, 세제, 정보제공 등 배터리 원료·소재·부품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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