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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류에게 턱을 준 ‘가시 상어’…“진화속도 다시 계산해야 할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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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중국 충칭·귀저우서 완벽하게 보전된 4억4천만년 전 물고기 화석 대거 발견

뼈 덮인 가시 지느러미 고대 상어, 턱 달린 척추동물 역사 1500만년 앞당겨

턱 없는 민물고기서 팔·다리로 진화할 가슴·배지느러미 합쳐진 모습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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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랜 턱 달린 척추동물로 추정되는 판징샤니아 레노바타의 복원도. 장 헤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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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에 이가 달린 턱은 사람을 포함해 척추동물의 99.8%가 공유하는 형질이다. 그렇다면 최초의 턱 달린 척추동물은 어떤 동물이었을까. 중국에서 발견된 완벽하게 보존된 고생대 실루리아기 초 화석을 분석한 결과 지금은 멸종한 ‘가시 상어’일 가능성이 제시됐다.

최초의 척추동물은 어류였다. 고생대 데본기(4억1900만년∼3억58만년 전)는 머리에 갑옷 같은 뼈를 두른 다양한 고대 물고기가 살았음이 화석으로 드러나 ‘물고기의 시대’로 불린다.

이때 물고기가 폭발적으로 진화했다면 그 기원은 더 오래 전일 것이다. 분자생물학에서 디엔에이를 통해 계산한 턱 달린 척추동물의 기원 시기는 4억5000만년 전이다. 그러나 척추동물 최고의 혁신인 턱이 언제 나타났는지를 보여줄 증거인 실루리아기(4억4400만년∼4억1900만년 전) 물고기 화석은 매우 드물었다.




중국 과학아카데미 척추동물 고생물학 및 고인류학 연구소는 “중국 남부 충칭과 귀저우에서 예외적으로 잘 보존된 실루리아기 초 물고기 화석 산지 2곳을 발견해 ‘물고기에서 인간으로’ 이어진 진화 이야기를 다시 쓰게 됐다”고 29일 밝혔다. 이날 과학저널 ‘네이처’에 4편의 논문으로 발표한 연구결과 턱 달린 물고기는 4억4000만년 전 당시 이미 번성하고 있었음이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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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에서 발견된 실루리아기 초 고대 어류의 완벽한 화석과 그 복원 모습. 중국 과학아카데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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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3900만년 전 귀저우 지층에서 발견된 고대 상어인 판징샤니아 레노바타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랜 턱 달린 물고기보다 1500만년 앞서는 것으로 밝혀졌다. 몸에는 여러 개의 지느러미가 가시처럼 돋아있고 지느러미를 뼈 갑옷으로 둘러싼 아칸토디안의 일종이었다.

주 민 중국 과학아카데미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판징샤니아는 몸의 해부구조가 밝혀진 가장 오랜 턱 달린 물고기”라며 “이로부터 척추동물의 중요한 적응인 턱, 감각계, 쌍으로 이뤄진 부속지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초기 척추동물의 진화 연표를 바꿀 의미를 지닌다. 연구에 참여한 이반 샌섬 영국 버밍햄대 박사는 “턱없는 조상에서 턱 달린 물고기가 출현하는 기간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압축됐음을 가리킨다”며 “초기 척추동물의 진화 속도를 다시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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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는 담수어 투지아아스피스 비비두스의 복원도. 장 헤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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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3600만년 전 충칭 지층에서 발견된 턱 없는 담수어 화석은 팔·다리 진화의 기원을 알 수 있는 고대 물고기의 흔적을 보여주었다. 투지아아스피스 비비두스로 이름 지어진 이 물고기는 큰 두개골에서 양쪽으로 두 개의 지느러미가 뻗어있는 형태였다.

연구에 참여한 필립 도너휴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팔과 다리의 이전 단계인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로 분리되기 전 원시 상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주 저자인 지쿤 가이 박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이 물고기가 속한 갈레아스피드 화석은 수만 개가 발견됐지만 대부분 머리뿐이어서 몸의 나머지 부분까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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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보존된 투지아아스피스 비비두스 화석. 지쿤 가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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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척추동물에서 가슴과 배지느러미가 각각 팔과 다리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투지아아스피스가 그 증거를 제시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모델 실험 결과 지느러미가 달린 이 고대 물고기의 지느러미 두개골은 근육의 도움 없이도 떠오르는 힘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조지프 키팅 브리스톨대 박사는 “이 고대 물고기의 양쪽 지느러미는 나중에 배와 가슴 부위로 분리되었고 마침내 근육과 골격의 도움으로 더 잘 헤엄칠 수 있었다”며 “투지아아스피스가 이룬 진화적 혁신은 나중에 새, 고래, 박쥐, 사람 같은 다양한 동물이 이동하는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Nature, DOI: 10.1038/s41586-022-05136-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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